'중천'이어 '싸움' 연기 재도전 김태희 흥행 부진 재연돼

"경고하는데 나 예전의 나 아냐, 나 이제 무서울거 없거든 알았어!"

톱스타 김태희가 최근 출연한 두 번째 영화 ‘싸움’에서 자신이 연기한 이혼녀 진아의 대사다.

전 남편 상민(설경구)에게 쏘아붙이며 전쟁을 선포하는 장면에서의 대사인데 이 대사가 마치 김태희의 현재 심경을 말해주는 듯 복합적으로 와 닿는다는 것이 업계와 관객들의 반응이다.

김태희(27)는 이영애, 송혜교, 전지현에 이어 현재 최고의 CF 스타다. 데뷔 7년여만에 그는 그야말로 우뚝섰다. 한 때 이영애가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보여준 다양한 광고의 모습을 이어 붙여 이영애의 ‘광고같은 하루‘가 유행했지만 이제는 김태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올해만 CF가 무려 18개나 된다. 유행에 민감한 광고계가 김태희가 가장 잘 통하는 코드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 99학번 출신의 머리 좋고 얼굴까지 예쁜, 우아하고 귀족적인 분위기의 김태희에 대한 열광적 반응은 그야말로 스타 마케팅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김태희가 본업이라고 말하고 있는 연기와 상관없이 김태희는 마케팅 차원에서는 최고의 톱 모델이 됐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천’처럼 하늘에 방방 떠 다니는 스타다. 오죽하면 김태희에 관련된 인터넷 기사나 다른 연예인 관련 기사에 단골 댓글로 등장하는 ‘나는 김태희와 절대 결혼 안한다’는 말이 유행이 됐을까? 이말은 대중들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냉소적 자포자기 표출의 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방송 영화 등 연예 관계자들과 성형외과 의사들조차도 '가장 완벽한 미인'으로 꼽는 스타는 단연 김태희다.

사실상 드라마로는 ‘천국의 계단’‘스크린‘이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 비교적 적은 숫자의 드라마에서 연기를 선보였다. 본인 스스로도 ‘당시 연기를 보면 부끄럽다’고 자인하고 있다. 좀더 진지하고 솔직한 연기력을 시험하기 위해 지난해 100억 대작 ‘중천’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그 스타성과 정반대로 배우가 되려는 김태희는 쓰디쓴 참패를 맛봤다. 본인으로서도 솔직히 얼굴을 들기 힘들 정도의 ‘망신’을 당했던 것. 지난해 김태희가 연기로 평가를 받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했는지는 살인적인 인터뷰 소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웬만한 국내 매체에 전부 응하느라 기운이 다 소진됐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통상 배우들의 인터뷰 꺼리기에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독하게 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뜨겁게 반응했던 김태희를 사랑하는 대중들은 정작 극장 스크린에 나선 김태희에 대해서는 싸늘한 반응을 보냈다. 그 많던 김태희 팬들이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였다.

올해도 마찬가지. 김태희는 어떻게든 자신의 향상된 연기력을 평가받고 싶어 또다시 대장정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평소 영화 배우들이 나오지도 않는다는 TV‘체험 삶의 현장‘에까지 출연해 친 대중적이고 소박한 이미지를 전파하려고 애썼다. '싸움'은 설경구 김태희 조합에 '연애시대'한지승 감독의 연출이 가세했지만 첫 주 불과 30만 관객에 그쳤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흥행의 높은 벽과 연기력 평가에 있어서 좌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응은 역시 차가왔다. ’영화 홍보하려고 쑈를 한다’는 차디찬 반응만 되돌아와 안하니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몸빼 바지를 입고 나서서 진심으로 하는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예뻐보이려 한 느낌이 묻어나 오히려 가식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것이다. 여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김태희가 이번 영화에서 철저히 망가지면서 사력을 다해 얻으려고 했던 연기력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광고의 이미지 깨고 배우의 노력 경주해야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용의주도 미스 신‘의 공주과 연예인 한예슬의 경우와 상반되는 점이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세련된 분위기와 외모로 각광받던 애교만점의 한예슬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망가진 연기로 관객을 공략하고 있으나 김태희가 받고 있는 비호감과는 달리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반응이 나오는 데는 김태희의 무차별적 이미지 세일즈가 대중이 용인할 수 있는 경계 이상을 넘어서 비호감이 됐다는 평가다. 여신 같던 이미지의 김태희가 어느새 내 옆에 있는 보통의 여인으로 다가오려는 180도 다른 단시간 집중공략이 오히려 역효과만 거둔 셈이다.

드라마나 광고를 소비하는 일반 대중과 돈을 지불하는 경제 활동을 하는 관객과는 냉정한 차이가 있다. 연기 잘하고 색깔있는 연기를 펼치는 전문 배우의 드라마를 원하는 영화 관객들은 30초 짜리 광고에서 맘껏 뛰놀던 아직 덜 익은 감처럼 떨떠름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태희를 2시간 동안 무턱대고 볼 기회비용을 아직은 치르고 싶지 않은 심리가 깔려있다. 아직 김태희에게 배우의 이미지가 온전히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태희를 두고 대중이 원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쇼윈도우에 갇힌 스타라는 평가는 그래서 김태희가 새겨들을 만하다. 이제 김태희가 그 두꺼운 유리를 깨고 나올때다. CF 여왕의 타이틀도 결국 본업인 연기를 잘해야만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선후 관계를 따져보면 결국 본업을 잘해야 한다는 진리는 본인이 더 절실하게 느낄 터다. 김태희는 이런 절박한 심정을 “죽기전에는 꼭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고 까지 말한다.    스타의 김태희와 배우 김태희 사이에 대중이 느끼는 온도차이를 김태희는 극복해야 한다. 아직 몸에 맞는 옷을 입지 못하고 있는 김태희에게는 기회가 다른 배우보다 많은 편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귀에 굳은 살이 박힌 것 같다고 애써 자위하는 연기력에 대한 악성 댓글에 신경쓰는 일을 여전히 감수해야 한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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