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홍콩선적 ‘헤베이스피리트’ 유조선과 우리나라 삼성중공업소속 해상크레인을 적재해서 운반 중이던 부선의 충돌로 사상초유의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어민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것도 없고, 동·식물에게는 대재앙이나 다름이 없는 사상초유의 기름유출사태가 발생했다.

기름유출 사고 13일 째인 오늘에서야 기름의 확산이 조금은 주춤해졌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밀물 때가 지나고 나면 해안가는 다시 기름때로 가득하다니 오랜 시간(10년도 더 걸린다고 한다.)이 지나고 나서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이번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또 한번 우리나라, 우리민족의 가슴 뭉클한 뜨거운 국민성을 보았다.

‘인간 띠!’

우리의 가슴속에 활활 타고 있는 단일민족의 뜨거운 피는 이 차디찬 겨울바다로 그들의 발걸음을 옮겨 놓게 만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누가 시킨다고 한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었겠는가?

10만 4800여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다녀갔다고 한다. 수능을 치룬 고3 수험생를 비롯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작은 고사리손의 어린이들까지. 게다가 지난 강원도 고성 산불화재 때 도움 받았다며 보은의 마음으로 왔다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뻑뻑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우리 민족은 이랬다. 무지막지했던 IMF도 우리 손으로 막았다. 언제나 국가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나서서 해결 했던 것은 모두국민들이었다. 명랑해전도, 행주대첩도 국민가슴에서 솟아나는 뜨거운 민족애로 모두 이루어낸 결과물들이었다.

선거 날이다.

진정 국민을 위해, 이 나라 이 민족의 민족혼을 위해 일할 후보는 누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보고 또 보고 소중한 한 표를 기표해야 할 것이다.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 소식에 달려가서 기름때를 닦은 정당이 있었는지, 그들에게 달려가서 진정한 마음의 위로를 준 후보가 진정 누가 있었는지 말이다.

오늘도 태안 앞바다에서는 우리의 국민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기름때를 닦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그들은 그제도 어제도 그랬듯이 국민의 혈세로 거둔 국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잠근 문을 부수고 들어가 서로의 머리를 지어박고, 멱살을 잡는 육박전을 펼치며 설왕설래의 입씨름을 했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오늘은 선거일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것을 꼭 보여주도록 우리의 귀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장수명·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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