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다문화가정 시대<상>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도내 결혼이민자 가구만 1009세대(제주특별자치도 조사 기준)에 이른다. 국제결혼·혼인귀화·새터민 등까지 포함하면 다문화가정의 수는 더 늘어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 자료는 나와있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부족하기만 하다.

새로 가정을 꾸린다는 행복한 표정 이면에는 가난과 불화, 학대 등의 짙은 그늘도 사회적 무관심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제 현실로 다가온 다문화가정 시대의 현황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3번에 걸쳐 진단한다.

△아직은 낯선 ‘다문화가정’=제주통계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국제결혼건수는 2001년 173건·2002년 190건이던 것이 2003년 294건에 이어 2005년 607건·2006년 745건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제주에서 결혼한 부부 10쌍 중 1.5쌍은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았을 정도다.

올 상반기 현재 도내 국제결혼 이민여성은 766명.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7~9월 파악한 도내 결혼이민자 가정은 1009세대로 500세대 넘게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는 매년 늘고 있는 이주 가정 파경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상반기 교육인적자원부가 공개한 제주지역 국제결혼 자녀 재학생 현황을 보면 초등학생 108명(86.4%), 중학생 14명(11.2%), 고교생 3명(2.4%) 등으로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녀 가운데 취학 이전인 만 6세 이하는 257명이나 된다. 전체 결혼이민자 중 80% 이상이 중국과 조선족, 필리핀·베트남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코시안(Kosian·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태어난 2세)이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아직까지 지극히 단편적이다.

도가 그나마 자료화해 파악하고 있는 것은 ‘결혼이민자’가 전부. 90일 이상 제주에 체류한 외국인 현황(8월말 현재 4015명)은 단순히 국적과 숫자 뿐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여권 비자별 분류가 전부.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은 4월말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결혼이민자 가정의 자녀 현황만 알고 있다.

△“제대로 살고 싶다”=지난해 결혼이민자 가정의 이혼 건수는 79건. 2005년 60건에 비해 31.7%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제주지역 전체 이혼이 감소추세를 보인데 반해 결혼이민자 가구의 이혼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파악됐다.

‘이혼’으로 결혼이민 자격이 상실된 이주 여성은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기 일수로 이중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범죄 등에 휩쓸리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넉넉치 못한 살림살이 역시 결혼이민자 등 다문화가정의 안정된 생활에 장애가 되고 있다.

도가 실시한 결혼이민자 가정에 대한 실태 조사에서도 응답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200만원 수준(51.8%). 하지만 월 100만원 미만의 가구가 17.1%나 되는데다 전체 결혼이민자 가구 등 14.5%가 배우자 또는 시부모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가구로 파악되는 등 살림을 꾸리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혼 이민 여성 2명 중 1명은 취업을 희망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육아와 가사 부담으로 취업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고 실제 취업 기회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언어소통 문제 역시 이들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단순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차원을 넘어 이를 이유로 한 부부 갈등과 자녀 양육문제까지 이중·삼중의 고통이 상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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