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민 철

 
 
술을 마시고 나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한 후에도 술이 다 깨지 않아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을 숙취운전이라 한다.

작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분석해보면 오전 6~10시 사이에 발생한 사고가 전체 음주운전 사고의 18%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부분 숙취운전으로 인한 사고다.

대리운전이 야간 귀가길 음주운전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숙취운전의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운전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전날 과음하면 아침까지 술에 취한 상태가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경찰에서 음주측정에 적용하는 위드마크공식에 의하면 체내에 들어간 알코올은 시간당 0.008~0.015% 정도가 자연 분해되는데, 소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 시간에 반잔이나 한잔 정도를 분해한다.

예를 들어 전날 밤 12시까지 소주 2병 분량을 마시고 8시간 수면을 취하고 난 후 운전을 했을 때 운전자의 체내에는 소주 6잔 정도의 알코올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에서 운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 상태에서 운전을 한다면 운전자는 판단력 장애, 반응시간 지연, 조작 실수 등으로 사고의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혈중 알코올농도 0.1%에서는 평상시보다 사고가능성이 무려 10배나 높아지게 된다.

출근길에 전날 마신 술이 덜 깨어 알코올이 체내에 남아 있는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만에 하나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면 음주운전에 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소주 한병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고를 내면 1600여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한 잔에 230만원 꼴이 된다. 정말 비싼 술을 마시게 된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도 한순간에 유명을 달리하게 되므로 가벼이 생각할 일이 아니라 본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연시를 맞아 운전자들은 귀가 길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다음날 숙취운전이 더 위험하고 문제가 크다는 것을 명심해 과음한 다음날은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보면 어떨까.

<임민철 /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제주특별자치도지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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