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좋은 사회, 살기 좋은 사회란 어떤 것일까?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두루 잘 사는 사회'가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두루 잘 사는 사회란 지역과 계층, 연령과 성(性), 민족과 이념을 불문하고 골고루 빠짐없이 잘 사는 사회를 말한다. 나는 여기서 특별히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비장인과 마찬가지로 편견과 차별 없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좋은 사회,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사회로 꼽고 싶다.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수준은 상대적으로 많이 미흡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문제는 법적·제도적 측면보다는 인식의 측면에서 커다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정부는 특수교육진흥법을 비롯하여 장애인의 사회적 권익을 보장하는 입법활동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 비해,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을 우리와 동등한 친구로, 이웃으로, 그리고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진정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마리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아마도 그 작은 실마리 하나를 통합교육과 장애체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한 공간에서 교육하는 통합교육은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학습효과가 높고 성공적이라는 실천사례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통합보육실도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보육실 운영기간이 짧아 아직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비장애아동의 부모들이 우려하던 일, 곧 장애아동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이들을 따돌리고 업신여기는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심신이 불편한 친구와 서로 짝꿍이 되려 하거나 경쟁적으로 도와주려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장애인 친구는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한 친구일 뿐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결국 우리 부모가 혹은 사회가 아동의 사회화 과정에서 의도적, 무의도적으로 주입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학교 통합교육을 넘어 일반 성인에 이르기까지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장애체험활동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시급히 해소하는 매우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얼마전 신문은 인기 연예인들이 장애체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보도하고 있다. 어느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은 지난 4월 장애인의 날에 각각 한 학급분량의 휠체어와 눈가리개, 그리고 청각장애를 체험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하여 학생들에게 직접 장애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더니 체험활동 후에 장애인 친구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에서 장애체험이 꼭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를 포함한 어른들이 아닐까?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장애체험 프로그램의 제공과 이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 지역에서 열리는 교원장애체험연수와 한·일친선 시각장애인 단축마라톤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를 기원해 본다.<손명철·제주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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