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자년(戊子年)이다. 쥐띠의 해다.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과 기회를 상징한다.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고 알려져 있다. 쥐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다. 쥐는 영리하고 몸집이 작아 행동이 재빠르다. 또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저축성도 많다. 쥐는 어려운 여건 속에도 살아남는 동물·재물·다산·풍요·기원의 상징으로서 구비전승에 두루 쓰인다.

#쥐는 십이지의 첫 자리
중국에서 갑을병정(甲乙丙丁) 등의 십간(十干)과 자축인묘(子丑寅卯) 등의 십이지(十二支)의 글자를 아래위로 맞춰 날짜의 명칭으로 사용한 것은 3000년 전부터다.
12지에 대해 자를 쥐, 축을 소, 인을 호랑이 등 동물을 배정시킨 것은 2세기경인 후한(後漢) 왕충(王充)의 논형(論 )에서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쥐가 십이지의 첫 자리가 된다. 그렇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한 설화에서 그 까닭을 살필 수 있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이에, 그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그 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했다. 이 행위를 지켜본 취가 도저히 작고 미약한 자기로서는 먼저 도달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짐승들 중에서 가장 열심인 소에게 붙어 있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자 동물들이 앞다퉈 달려왔다. 소가 가장 부지런해 제일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한 바로 그 순간, 소에게 붙어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게 됐다.
쥐가 십이지의 첫 자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미약한 힘을 일찍 파악하고, 약삭빠르게 꾀를 쓴 때문이다.”

#그림 속의 쥐의 형상
우리 나라의 십이지상을 대개 동물의 얼굴모습을 가지고 몸은 사람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도교의 방위신앙에서 강한 영향력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 십이지상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이전까지는 밀교의 영향으로 호국적 성격으로 지녔으나, 삼국통일 이후는 단순한 방위신으로서 그 신격이 변모해갔다.
조선시대에는 쥐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쥐그림들이 전해져온다. 쥐그림은 들에서 수박이나 홍당무를 갉아먹고 있는 모습을 재미있는 주제의 포착과 서정 넘치는 표현, 아름다운 색채감각이 돋보이도록 그렸다.

#재물·다산·풍요기원의 상징
쥐는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주고,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정보체로서 인식된다. ‘선녀와 나무꾼’이야기에서도 쥐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선녀가 떠난 후에 나무꾼이 선녀를 따라 승천, 천제의 시험을 받게 되자, 그 문제를 선녀와 쥐의 도움으로 푼다는 것이다. 이 밖에 많은 설화에서 쥐는 정보통신으로서의 영리함뿐만 아니라, 약삭빠름을 보여준다.
쥐는 옛부터 재물, 다산, 풍요기원의 상징이며, 미래의 일을 예시해주는 영물로도 여겨진다. 아무리 딱딱한 물건이라도 조그마한 앞니로 구멍을 내어놓은 일에서 근면성과 인내력이 감지된다. 쥐는 부지런히 먹이를 모아 놓기 때문에 숨겨 놓은 재물을 지키는 존재로 여겨졌다.
여기서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는 말이 생겼다.
쥐는 번식력이 왕성하며, 십이지의 자(子)는 ‘무성하다’‘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해서 ‘만물의 종자’라는 다산(多産)의 상징이 된다. 또한 쥐불놀이, 쥐와 관련된 주문이나 풍속에서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풍요기원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전남지방에서는 정월들어 첫째 자일은 상자일(上子日), 일명 쥐날에는 쥐가 쏠고 갉아먹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칼집 등 무엇이든 써는 일을 삼간다. 마소를 먹이기 위해 여물을 썰면 쥐가 벼, 나락, 짚 등을 쏠아 버린다고 하며, 길쌈감을 다루거나, 옷을 만들면 쥐가 쏠아서 못쓰게 한다고 이런 일들도 삼간다.
제주도에서는 첫 쥐날에 자불문점(子不問占)이라 해서 점을 치지 않는다. 이 날에 점을 치면 점괘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약자,왜소함,도둑,재빠름에 비유
속담의 소재로 쓰여진 쥐는 약자, 왜소함, 도둑, 재빠름 등에 비유된다. 쥐와 고양이의 관계는 먹고 먹히는 천적으로 흔히 약자와 강자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약자로서 쥐는 언제나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자의 마지막 오기로서 강자에게 달려드는 역설도 있다. 강원도 전설‘괴산과 쥐산이야기’는 약자의 단합된 힘으로 천적인 고양이를 물리치는 내용이며, 속담 ‘쥐가 고양이를 무는 식’은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존재가 어리석게도 도전해 대드는 것을 비유한다.
쥐가 작거나 하찮음에 빗댄 속담도 많다. 그러다가 쥐구멍, 쥐꼬리, 쥐간에 이르면 그 왜소함의 표현을 극에 달한다. 그런가하면 속담에 쥐의 생김새라든지, 행동, 습관 등의 생태를 보고 만들어 낸 것도 있다.
속담‘물에 빠진 생쥐’는 사람의 옷차림이 흠뻑 젖어서 초라함, ‘쥐뿔도 없다’는 가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음, ‘쥐새끼도 밟으면 짹한다’는 쥐새끼도 밟으면 반응이 있듯이 모든 일에는 반응이 있음을 비유한다.
쥐는 ‘영리하다’‘재빠르다’‘머리가 좋다’라는 일반적 관념 외에 어떤 재앙이나 농사의 풍흉을 예견해주는 영물로 인식되었다. 반대로 농작물의 피해를 입히는 동물, 구차하고 하찮은 존재를 비유하는 의미로 쓰였다.
쥐는 때때로 고양이와는 대조적으로 약자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약자는 영리하며 천성이 착하나 구차하게 가난하다. 강자는 무식하고 덩치가 크고 많은 재력을 소유하고 있다. 민담 속에서 은혜를 갚은 쥐나 사람의 출세를 도운 이야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쥐이야기 등은 쥐가 약자의 이미지를 대변해주는 상징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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