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휴가는 월급쟁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연중행사나 다름없다. 자영업자들한테도 예외는 아니다. 잠시나마 긴장된 일거리에서 벗어나 가족 또는 동료들과 어우러져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세계각국이 여름휴가를 즐기지만 대표적으로 거론될만한 나라는 프랑스일것같다. 여름휴가의 대명사로 귀에 익은 '바캉스'라는 단어가 불어인데서도 알수있다. 프랑스인들은 피서휴가를 위해 1년을 살아온 사람같다는 말이 나올정도다.

프랑스의 피서열기는 '그랑 데파르(대출발)'라는 표현이 잘 말해준다. 바캉스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피서지로 향하는 대대적인 행렬을 뜻하는 말이다. 7~8월이면 수도인 파리시내가 텅텅 빈다는 다소 과장섞인 얘기와 전혀 무관치않다.

우리의 피서휴가도 프랑스와 흡사하다. 길어서 1주일동안의 휴가를 얻는데 그치는게 프랑스인과 차이나지만 여름철에 몰리는 휴가풍경은 크게 다르지않다. 여름휴가는 이제 대중속으로 파고들만큼 우리한테 휴가의 대명사로 터잡고있다.

휴가도 좋지만 여름집중현상은 부작용도 초래한다. 유명휴양지는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게된다.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피서객들도 바가지 상혼에 시달리기 일쑤고 휴가경제마저 편중되는 불균형도 낳는다. 제주도민의 경우 여름휴가철에 비행기표를 못구해 일상생활에 차질을 빚는것 역시 그중 하나다.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나서는것은 자의반 타의반이다. 이미 관행화된 여름철말고는 1주일씩 휴가를 허락하는 직장문화가 성숙돼지못한 탓이다. 법정휴가일수는 있지만 회사분위기상 쉽지도않다. 설령 이눈치 저눈치봐가며 휴가를 타낸다해도 가족휴가는 벽에 부딪친다.

다름아니라 방학때가 아니고서는 학업때문에 자식동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때문이다. 결국 휴가시기를 마음대로 선택하는데는 한계가 있기마련이다. 한단계 더 성숙되고 다양한 가족휴가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머리맞대 고민해볼 필요가 여기에서 생긴다.

휴가절정기를 맞은 요즘 문화관광부가 거론했던 '휴가분산제'가 생각난다. 문광부에서 올해 상반기동안 시범적으로 실시, 공청회와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확대여부를 결정짓겠다고 했다. 과연 어떤 공감대로 다가설지 궁금하다.<백승훈·서귀포지사장 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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