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건축이 그 중심에 서게 된다.세계 어느 국가를 가더라도 구경거리의 주된 메뉴는 건축물이고 이들이 이루는 도시는 그네들의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여행객들의 시선을 모아 준다.

 건축을 전공한 건축가들의 건축 투어나 일반 관광객들이 일반적인 투어나 보는 시각이 다를 뿐,아마도 건축과 도시라는 기본 매개체를 중심으로 여행에 참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건축이 관광적 요소로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다.그래서 대부분의 도시는 자기들이 갖고 있는 건축물들을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생각하여 그 도시의 건축 가이드북을 만들어 놓고 있다.

 어느 도시이건 간에 가장 중요한 지역에 관광 안내소가 설치되어 그 도시를 찾는 나그네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데 그 곳에는 여지없이 건축 가이드북이 놓여 있어서 주요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있다.가이드북은 그 도시의 웬만한 주요 건축물들을 모두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투어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할 뿐 아니라 건축 전문가들에게조차도 훌륭한 자료와 텍스트가 되고 있다.주요 관공서 건물은 물론이고 도시의 역사성을 이어 가는 건축물,도시의 이미지를 보여 주는 건축물 등의 작품을 작가와 함께 건축하게 된 사연을 잘 설명해 놓아 가이드북 한 권이면 그 도시의 건축적 상황을 대체적으로 이해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관광 도시에서의 가이드북의 존재는 관광 안내서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라 여겨진다.건축을 모르거나 무관심했던 사람들이라도 여행 중 갖고 다니던 건축 가이드북이 좋은 건축물에 대한 식별력을 길러 줄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자연스레 건축의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의 폭들도 넓어져 결국 좋은 건축,좋은 도시의 후원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제주관광은 오래 전부터 자연의 모습을 주요 테마로 삼아 왔고,아직도 한라산과 바다를 중심으로 자연을 구경하는 여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최근의 오름 투어도 자연을 벗삼은 여행의 일환이다.

 이제는 우리가 만든 인조환경(built environment)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제주의 건축은 아직 미진하고 덜 다듬어진 부분이 있지만 나름대로 특징을 갖추고 있어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해외 유수의 건축가들과 중앙의 유명 작가들 작품들은 물론 제주 지역의 건축가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좋은 작품들이 제주 섬을 배경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작품들은 누가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서 건축물을 관찰하거나 공부하고 싶은 관광객들에게는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아무런 설명과 안내가 없다 보니 보아야 할 어떤 작품이 있는지도 모르고,제주의 건축물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구경하는 가로수 정도의 대상으로 여겨질 뿐이다.왜 그런 형태가 되었는지 주요 공간의 성격이 형성된 배경이나 색깔의 연유에 대해서 알고 싶어도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다.

 모든 작품에 대해서 작품 소개서가 비치되고 그 건축물을 안내하는 전문 가이드가 작품을 소개하는 외국의 수준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제주 섬에 있는 건축 작품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가이드북만이라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그러면 그 작품들을 테마로 하는 건축투어가 가능하고 제주건축에 작품성을 인정받고 배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허영주·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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