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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현장] <15>다문화가정 남편네트워크“행복을 만드는 남편들의 수다”
김용현 기자
입력 2008-01-13 (일) 14:57:10 | 승인 2008-01-13 (일) 14:57:10
누가 ‘수다’를 아줌마들의 전유물이라 했던가.

처음에는 쭈뼛쭈뼛 구석 자리를 맴돌던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터지기 시작하자 중간에 말을 끊고 끼어들기 어려울 만큼 수다스러워졌다.

분명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들이다. 이 자리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사람들이지만 오가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쓸데없는 말 같지만 사실 뜯어보면 쓸 데가 많은 수다다. 수다가 어느 순간 ‘수다(秀多)’로 바뀌었다.

13일 저녁 다문화가정 남편네트워크 창립총회 현장이다.

국적이 다른 외국인 신부와 도내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족은 15개 국가·852가구에 이르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가족을 합하면 1500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 되면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그들만 우리에게 맞춘다고 해서 하나가 됐다고 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

이날 창립총회 역시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지금까지 제주에 온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숙제처럼 빨리 한국어와 문화에 적응하라는 강요만 했을 뿐 남편을 포함한 사회의 준비는 많이 부족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인 여성과 결혼한 정진택씨(37)도 그랬다. 결혼 전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학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등 나름 많은 준비를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큰 장벽으로 좀처럼 넘기 힘들었고 ‘잘 살겠다’는 처음의 각오도 ‘잘 살 수 있을까’하는 불안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 우연히 만난 오명찬씨(41)는 정씨에게 구세주나 마찬가지다.

2006년 조선족 여성과 결혼한 오씨는 정씨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주며 고민을 함께 했고, 한국말이 능숙한 오씨의 아내 역시 정씨 부부 사이를 오가는 사랑의 전령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슷한 처지의 남편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해 만났으니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부담 없는 접근으로 타인에게 호감을 얻고 상대에게 진심을 전하는 원초적인 대화법인 동시에 재미있는 생활의 활력소라는 수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번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남편네트워크는 서로 간 친목을 도모하고, 자신의 반쪽이 된 결혼이주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살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지원병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오씨는 “남편 네트워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외국인 아내를 맞은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는 남성들을 많이 만났다”며 “이 중에는 아내가 동족들과 만나면 도망간다고 생각해 사회생활을 막는 남편들도 적잖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또 “행복한 가정을 위해선 부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특히 가장인 남편들이 외국인 아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당당히 사회구성원과 접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도 “살아온 문화와 말이 다르다 보니 생각지 못한 사소한 오해들이 생기고 그것들이 쌓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는 낳기도 한다”며 “이번 모임이 가족구성원간 오해를 풀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성급히 결혼을 했다가 불행을 겪는 잘못을 막기 위해 남편네트워크가 국제결혼을 준비하는 제주남성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자문을 할 수 있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다. 행복해 보여도 들여다보면 한 두 개씩 사연이 있다.

돌아갈 시간을 잊은 듯 말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수다는 위로와 격려,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인생의 답을 얻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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