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주 농민들에게 가혹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수해
로 인하여 99년에는 당근·마늘·감자 등의 수확을 거두지 못한데다 감귤
값 폭락으로 제주지역의 농가부채는 크게 증가하고 농가소득은 전년 대비
약 14%가 감소되어 농민들은 ‘헛 농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가축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길이 막혔고,마늘은
이제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설상가상으로 정부가 포도수출
세계1위의 과수 수출국인 칠레와의 자유무역지대협정(FTA) 체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과수 농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농업개방반대·농축산물 가격보장·농가부채 해결 등을 외치는 전국농민
들의 항의 시위가 끊임없다.농업이 개방되면 될수록 전세계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수출입국 농민들의 농가소득은 점점 감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농업분야는 미국이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어 개방압력의 파
고는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제주지역총생산(GRDP)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농축수산업 중에서 감귤
부문이 50%를 상회하는 독특한 농업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생산구조의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한데서 나오는 농업생산성의 저하,불안정한 수량 및
가격의 특징에서 뿌리를 둔 농가소득의 불안정성 등으로 제주농업에 대한
위기의식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제주농업의 위기는 제대로 된 농정목표가 없었다는 점에
서 비롯되고 있다.감귤 등 밭작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농민의 소득을 증
대시켜 타 산업 종사자와 균형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한다는 것이 ‘농정목
표’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신(愼) 도정이 감귤생산유통조례를 만들어 구조조정에 돌입하다가 첫해부
터 유통의 예외를 인정하여 시행착오를 일으키더니,우(禹) 도정은 법적 강제
력이 없는 감귤생산유통조례로 개악하고 비과학적인 감귤열매솎기운동으로
일시적 땜질을 하고,게다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건설이라는 환상에 빠져 관
세의 장벽을 허물고 외국 농산물이 자유롭게 도내에 반입되었을 때 예상되
는 제주산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의 상실과 그 업보인 농가소득의 감소를 어
떻게 전보할 것인지 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제주 농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제주도개발특별법을 개
정하여 법적 강제력이 수반되는 농산물의 생산·유통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농업생산성을 제고시키고 그 재원이 될 농어촌진흥기금을 특
별회계에서 적립해 나가야 한다.

 둘째 추가적 농업개방에 따른 농가소득의 감소를 보상하기 위해 이미 미
국과 EU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직불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셋째 농외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농공단지를 조성하거나 제주도개발특
별법에 의한 펜션업·유어장업 등 관광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농가들에게
우선적으로 보조금과 행정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넷째 도지사는 감귤의 소급조정과 가격안정을 위하여 매년 초에 적정 생
산비를 건질 수 있는 ‘예시가격’을 제시하고 감귤의 1㎏당 단가가 예시가
격을 밑돌 때에는 그 예시가격으로 감귤을 수매하는 제도와 예산을 마련해
야 한다.

 다섯째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신설된 농식물의 검역규정(제36조) 등의 비관
세 장벽을 이용하여 외국 농산물의 수입을 제한하여야 한다.

 끝으로 “농업을 살리지 않고서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할 수 없다”는 말을
경청해 주길 바란다.<김승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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