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60주년 4·3 진실찾기 역행하나

2008년 4·3 60주기를 평화와 상생의 4·3완전해결 원년으로 삼으려던 제주도민의 노력과 기대가 무참히 짓밟혀지고 있다.

60주기를 맞이하자마자 4·3위원회 폐지가 추진되는가 하면 보수세력의 4·3 무장폭동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산적한 4·3 과제 해결은 커녕 역사를 뒤로 후퇴시키는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 4.3 완전해결 60주년에 제동

4·3위원회 폐지 방침은 이달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행정자치부 업무보고에서 흘러나오면서 도민들을 긴장시켰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행정자치부 차원에서 검토된 것일뿐’이라며 일축하며 도민 반발을 일시적으로 입막음했다.

그러나 인수위의 공언이 거짓이었음은 보름만에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21일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이하 4·3위원회)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로 통합하는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도민들의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하고 국회의원 130명 의원의 서명으로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4·3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4·3관련사업 전반을 관장, 산적한 4·3과제 해결에 없어서는 안될 중추적 조직이다.

그러나 역사적 특수성 등을 무시한 채 과거사위로 통폐합되는데다 과거사위 역시 2010년까지 시한을 갖는 위원회라는 점에서 폐지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재향군인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18개 우파단체는 법에 의해 무고한 제주도민의 희생이 인정된 제주4·3을 폭동으로 재규정, 실체를 재조명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주도민들은 분노케 하고 있다.

△ 국가 책임회피…시대 역행 행위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의 사업은 ‘작은 정부 강한 정부’에 입각한 실용주의 잣대만을 들이대서는 안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 제주를 방문, “역사적 평가는 어느 당이 집권한다해도 바뀌지 않는다”며 4·3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제주도민과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취임도 하기 전 도민과의 약속이 거짓에 불과했음이 드러나면서 도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4·3은 2000년에야 4·3특별법이 제정될 정도로 이제야 걸음마를 뗐으며, 추가진상조사 등 향후 과제 역시 산적하다. 더욱이 4·3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써 국가가 주체적으로 나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나서야 하는 역사적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무총리 소속 4·3위원회 폐지는 사실상 향후 국가차원의 4·3사업에서 손을 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역사인식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결자해지 차원의 정부역할이 필요한 시점에서 4·3위원회 폐지는 역사를 거꾸로 거스르는 행위이자 역사에 대한 몰이해로 풀이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전 도민적 거센 반발

한나라당의 4·3위원회 폐지 당론에 제주도민들의 분노는 크다. 4·3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규탄성명이 쏟아지고 있으며, 역사를 되돌리는 폭거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도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도민을 우롱하고 4·3영혼을 두번 죽이고 있다”며 “천박한 역사인식과 오만과 무지의 독선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특히 도민사회는 “4·3위원회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도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4·3유족회는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위령제 참석을전면 거부할 예정이며, 각 시민사회단체도 위원회 폐지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4·3관련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등은 성명을 통해 “도민들에게 거짓을 이야기하고 사실을 호도하는 한나라당의 행위는 4월 총선을 통해 도민들의 정치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박미라 기자 mrpark@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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