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60주년 4·3 진실찾기 역행하나

4·3특별법은 4·3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킴으로서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국민화합에 이바지한다는 목적 아래 제정됐다. 그러나 법을 실행할 주체가 없다면 사실상 4·3특별법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국무총리산하 4·3최고심의의결기구인 4·3위원회가 폐지되면 산적한 4·3사업의 차질은 물론 희생 끝에 이뤄낸 4·3특별법마저 의미를 잃을 전망이다.

4·3 60주년, 역사를 뒤로 후퇴시키지 않기 위한 전도민적 의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 4·3 사업 추진 난항 불가피

한나라당이 21일 발의한 제주4·3특별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이하 4·3위원회) 소관사무는 진실 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로 승계된다.

4·3특별법에 의해 규정됐던 △제주4·3사건진상조사를 위한 국내외 관련 자료 수집분석 △희생자 및 유족의 심사 결정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회복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및 사료관 조성 △4·3위령묘역 조성 및 위령탑 건립 △제주4·3사건에 관한 정부의 입장표명 등에 관한 건의 △이 법이 정하고 있는 가족관계등록부의 작성 △집단학살지 암매장지 조사 및 유골의 발굴 수습 △희생자의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 지급결정 △이외에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등 4·3과 관련된 막대한 업무가 모두 과거사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국가차원의 4·3사업을 주도했던 4·3위원회가 폐지되면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사업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 미진한 진상규명 명예회복 “어쩌나”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4·3은 여전히 미완의 역사다. 공권력에 의한 민간학살이라는 역사적 비극은 4·3 발발 50여년이 지나서야 특별법 제정(2000년), 진상조사보고서 발간(2003년)을 이뤄냈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진상규명의 첫 단추를 끼운만큼 4·3은 미진한 진상규명, 명예회복 사업 등 산적한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추가진상조사를 비롯해 4·3평화공원의 3단계 조성사업, 4·3평화재단 설립과 운영, 추가 4·3희생자 유해발굴, 4·3피해자 후유장애 문제 등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사업은 산적하다. 4·3국가추념일 지정 등 4·3의 뼈아픈 역사를 통해 제주를 평화와 인권의 진원지로 발전시키는 작업은 국가가 주체적으로 나서야 하는 과제다.

특히 4·3위원회를 흡수할 과거사위원회는 현재 접수된 과거사 진상규명만을 하기에도 힘겨운 실정이다. 현재 과거사위에 접수된 진실규명 현황만 1만860건(조사불능 판정 1010건)으로 이중 조사개시 결정을 받은 것은 2007년 12월 현재 9%에 머무르는 등 과거사위 자체 사안만으로도 버겁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과거사위를 포함한 5개 과거사관련위원회의 활동기한을 1차로 한정, 2010년 폐지를 예고했다. 4·3위원회 역시 순차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 전 도민 합심.. 도·의회 “무력”

4·3위원회 폐지로 제주의 최대 현안인 4·3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이 위기에 봉착했지만 관련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기만 하다.

이상복 행정부지사는 지난 11일 제주4·3평화재단설립준비추진위 1차 회의에서 “인수위로부터 4·3위원회와 관련해 어떠한 방침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4·3위원회의 막중한 임무를 인수위 관계자에게 충분히 설명, 어떠한 일이 있어도 4·3위원회는 지원해야 함을 강력히 피력했다”며 도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인수위의 답변에만 의존,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결국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4·3위원회 폐지 방침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도민들의 거센 반발과 분노에도 불구, 제주도는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는 등 제 임무를 저버리고 있다. 이는 도민의 대의기관이라는 의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도민들만 반발, 대의기관이라는 의회의 적극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한나라당도당에 대한 도민들의 배신감도 크다. “적극 협력하기로 약속했다”식의 발언으로 일관, 지역현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은 적극 피력하지 못하면서 제주에 뿌리를 둔 도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4·3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는 재결집, 한나라당의 4·3위원회 폐지 당론 철회를 위한 행동에 본격 돌입했다. 25일 상경, 4·3특별법 개정안 국회통과 저지를 위한 대국회 투쟁을 벌인다. 60주년 기념사업 추진도 당분간 중단, 4·3위원회 폐지 여부에 따라 사업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4·3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4·3위원회 폐지는 역사를 후퇴시키고 4·3영혼을 두번 죽이는 것“이라며 ”전 도민이 결집,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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