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학위과정을 마치고 귀국인사차 들렀을 때, 필자의 지도교수는 다음의 말을 하며 귀국 후의 건투를 빌어주었다. "당신이 일본에 왔을 때 받은 문화적 이질감(Culture Shock)보다 귀국한 당신의 모국에서 받는 것이 2배나 될 것이니 현명하게 극복하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전혀 어떤 의미인지 몰랐으며 귀국준비로 여념이 없어 금방 잊어버렸다.

◈고쳐져야 할 우리의 모습

 그러나, 그 말을 떠올리고 의미까지 이해하는 데는 귀국하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면들을 새삼 의식하게 되면서 혼란과 갈등이 생겼고 문화적 이질감으로서 필자에게 내던져진 것들이었다. 외람되지만, 몇 가지만 지적하자.

 첫째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보다 잘되기를 요구당해 왔다. 거기에는 남을 배려한다는 생각은 아예 없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기주장이 지나칠 정도로 강하고 공공질서가 어지러우며 대의를 따르는 단합이 어렵다.

 둘째, 성격이 대범하여 자질구레한 부분까지 챙기지 않으려 한다. 총론(總論)에서 강하고 각론(各論)에서 약하다거나, 사변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할 수 있다. 결국 임기응변식이 되기 쉽고 졸속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셋째, 마지막 과정인 평가(Feed Back)가 제대로 이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작을 멋지게 하고 나면 진행과정은 그리 큰 관심거리가 아니고, 결과만을 가지고 모든 평가를 마친다. 시작부터 과정과 결과까지의 평가(Feed Back)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노하우의 축척을 이루기가 좀처럼 힘들다.

◈도시기본계획의 전제조건

 우리는 20년마다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계획이며, 그 내용은 시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는데 몇 가지 사항이 전제되어야 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도시계획의 수립은 철저하게 주민의 삶의 질과 이익이 우선되어야 하며, 따라서 계획수립과정에 주민이 참여하여야 한다. 물론 주민참여에는 전문성, 대표성, 행정수행력, 비용 등의 한계를 갖고 있으나 이는 현명하게 극복되어야 할 부분이다.

 둘째, 주민을 위한 계획을 전제로 도시의 미래상(Vision)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역시 소수의 이익에 집착해서도,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셋째, 기존의 도시기본계획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반성이 있어야 앞으로의 계획이 제대로 수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친환경적인 계획이어야 한다. 도시 내에 자연을 확보하고, 도시의 미적인 경관을 고려하며, 정체성(Originality)의 제고와 문화의 향유를 위한 역사문화환경에 대한 배려까지도 충분히 담겨져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 스스로의 안목과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결정은 시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개발이어야

 우리의 도시는 천만년을 살아갈 우리와 우리자손의 터전임을 명심하여 지속가능한(Sustainable)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개인적인 문화적 이질감으로 겪었던 점들이 소심한 개인의 기우(杞憂)에 불과했음을 증명하는 도시기본계획이 수립되는 날을 기다려본다.<양상호·탐라대 교수·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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