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3.1절, 석가탄신일, 8.15 광복절, 성탄일, 대통령 취임 일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죄를 짓고 복역중이거나 이미 형을 마쳤던 전과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각 경축일이 갖는 본래의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이날이 되면 혹시 자신이 '광복(빛나게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왜냐하면 앞서 열거한 경축일엔 특별사면이 있는 게 거의 관례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광복절에도 공안 선거 경제사범 정치인 모범수 등 3만647명에 대해 대규모의 사면이 이뤄졌다.

사면(赦免)은 일반사면(대사면)과 특별사면(특사)으로 나뉜다. 특정죄목을 골라 일괄 시행하는 게 일반사면, 범죄자별로 사면대상을 정하는 게 특별사면이다. 특사에는 남은 형기집행 면제, 형선고 실효, 감형, 복권 등이 있다. 대통령의 재가로 이뤄지는 특사는 법무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며,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 건국이후 이번까지 한국에서는 사면복권이 84차례 이뤄졌다. 역대 주요사면 현황을 보면 군사독재시대에 대규모 사면이 잦았다. 이 시기에는 시국사범에 대한 대량 구속으로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해소하는 차원에 대규모 사면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특사에 대한 비판론도 만만찮다. 정기적 대규모 사면의 남용과 정략적 무차별 사면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사법부에선 사면의 남용으로 법 권위가 흔들린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면이 일년에 두 번 꼴이어서 사법부의 유죄판결을 무효화시키는 회수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사면이 있을 때마다 권력형비리 인사와 선거사범 등 지위가 높았던 전과자들에게 수혜 폭이 컸다. 그래서 사면은 주로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뤄져 국민들의 법 감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광복절 대통령의 특사를 놓고 비판의 소리가 높다. 김현철씨의 복권을 비롯해 12 12 및 5.18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 뇌물수수, 조세포탈, 부정부패사범, 선거사범 등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권력형 비리자들의 사면은 막아야 한다. 거의 무차별적이고 남용적인 특사가 이뤄지는 현행 사면제도는 바뀌어야 한다.<하주홍·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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