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휴무를 포함한 5일간의 명절 연휴로 많은 식구들이 모여들었다. 사람이 모이는 자리면 어디든지 먹는 것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네 관습인지라 긴 연휴동안 참으로 열심히들 먹어댔다. 나 역시 음식준비하며 한입, 밥 때가 되어 식구들이 먹으면 또 한 끼 꼭 꼭 채워서 먹어댔더니 결국은 탈이 났다. 무엇이 원인이었던지 속이 미식거리며 머리가 지끈 거리더니 나중에는 음식보기가 싫어지고 누워있고만 싶었다. 남편보고 등을 밟으라 하기도 하고 열손가락을 침으로 찔러봐라 하며 피를 내니 조금 가라앉는 듯 했지만 썩 개운하지는 않다. 나는 몇 끼 동안의 단식을 결심했다. 최소한의 물과 죽염만을 먹으며 내 몸과 마음이 허락하는 동안 단식을 실천해 볼 생각이다. 예전 꽤 긴 시간동안 단식 경험이 있고 배속 비어있음의 즐거움을 이미 알고 있는지라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예로부터 불교나 그리스도교와 같은 종교인들은 때때로 단식을 실천한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을 준비하는 사순시기에는 하루 한 끼의 금식을 행하고 금요일에는 금육을 실천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헌금을 행한다. 불가에서도 금육생활은 널리 생활화 되어 있고 마음모아 기도드릴 때는 단식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비단 종교적 의미뿐만이 아니더라도 단식은 여러 형태로 행해진다. 자연의학에서는 위와 장의 치료를 위하여 필요한 절차를 밟아 충분한 단식을 행할 것을 권한다. 어린아이가 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면서 앓고 있으면 감잎차와 죽염만을 먹이며 굶겨 병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아토피 피부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도 이미 단식의 효과들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구촌 굶주리는 이웃들을 생각하며 단식을 실천하고 그만큼의 식비를 절약한 돈으로 후원의 손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단식을 해본 사람들은 아마 많이 느낄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대고 있는지를. 이미 우리가 얼마나 잘 먹고 잘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연휴 후유증으로 찾아온 체증이 내게 일깨워준 것, 그것은 탐식과 탐욕이 지배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라는 바로 그것 같다. <오금숙·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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