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시스란 그리스어로‘정화’라는 뜻이다.아리스토텔레스가 진정한 비극이 관객에게 주는 효과를 은유하는 말로 사용했다.그의 말로는 비극의 목적은 공포와 연민을 일으키고 나아가 감정들을 정화한다는 것이다.이말에 대한 해석은 오랜 논란을 겪어왔다고 한다.관객이 주인공과 같은 공포를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외부로 발산하고 시야를 넓힌다는 해석이 가장 널리 알려진다.따라서 비극은 관객이나 독자에게 교훈적인 영향을 미친다.카타르시스는 지나친 감정을 고결한 기질로 바꿔주는 구실을 하는 셈이다.

드디어 이산가족들이 만났다.상봉장소는 눈물로 뒤범벅이 됐다.장소가 북한의 고려호텔이든,남쪽의 상봉장이든 그것은 마찬가지였다.생사소식을 이제야 알아낸 형제간이 있는가 하면,부모의 사망소식에 허탈해하는 모습도 보였다.긴 세월 이날을 기다려온 어머니는 이제 기력이 없어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세월을 50년이나 흘려보낸 현실을 새삼 실감케 하는 광경이었다.상봉 당사자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이 모습을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가슴에 묻어뒀던 한을 풀어내는 눈물이다.또 다른 형태의 카타르시스인 것이다.

만남도 잠깐일뿐,내일이면 다시 헤어져야 할 처지다.상호방문은 9월,10월에도 있을 예정이다.그래서 한걸음 더 나아가 면회소를 설치해 자유롭게 상봉하는 기회를 갖자는 소리도 나온다.이제 분단의 아픔을 겪는 곳은 지구상에 오직 한곳 우리뿐이다.내식구중 다른 곳에 있는 걸 밝히지도 못해온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해외에 사는 동포들도 이쪽저쪽 나뉘어 다른 목소리를 내온 게 사실이다.그러나 변화의 바람은 점차 다가오고 있다.

꼬리날개에 인공기가 선명히 박힌 북한의 고려항공 비행기가 처음으로 김포공항에 내렸다.지난 6월에는 태극마크가 달린 우리항공기가 순안비행장에 내렸다.이번엔 북한항공기에 우리측의 평양방문단이 탑승했다.이들의 귀환길에는 우리측의 민간항공기에 북한에서 왔던 서울방문단이 탑승하기로 돼있다.경의선 철길 연결공사가 다음달에는 착공을 한다는 발표도 있었다.변화의 물결은 예전에 비하면 가히 파격적이다.오늘의 눈물이 보다 더 큰 변화의 물결로 전환하는 바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순형·편집위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