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주마육성목장 교배장을 찾다.

춘삼월은 말들의 ‘사랑’ 시즌을 알리는 달이다. 말은 보통 암컷의 발정기인 3~6월에 거사(?)를 치른다. 3월 어느날, 수많은 생명이 피어나는 제주경주마육성목장의 은밀한 그곳을 찾아 속내를 파헤쳐본다.

△20억 이상 말이 6두

제주경주육성목장에서는 16마리의 씨수마(더러브렛종)들이 암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도입가 30억이 넘는 말이 2두(포레스트캠프·메니피), 20억이 넘는 말이 4두(엑스플로잇·피코센트럴·비카·커멘더블)나 된다. 이곳의 씨수마들은 이외에도 보통 5~10억을 호가한다.

이들 씨수말들의 고향은 주로 아메리카 대륙이다. 그중 대부분이 북미에서 개최되는 G1경마(세계최고수준 경마대회)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검증된 ‘명마’들이다. 한국마사회에서는 도내 마산업 육성을 위해 일정 조건이 충족된 마농가들의 씨암마를 대상으로 명마들과의 ‘잠자리’를 무료로 주선 해주고 있다. 농가들 입장에서는 행운이다. 도입가 20억 이상의 씨수말들에게 은혜(?)를 입은 씨암마가 태기를 보이면 고급 승용차 한 대 값과 맞먹는 이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경주육성목장의 얼굴 ‘메니피’는 현재 북미 리딩사이어(북미 씨수말 순위) 3400두 중 22위에 올라있다. 동순위대 다른 씨수마들이 자신의 씨를 한번 나눠주는데 우리돈으로 4500만원 정도를 받는 만큼 메니피의 씨를 받기 위한 농가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인기 많은 메니피나 포레스트 캠프(70위)의 씨를 받기 위해서는 농가간 제비뽑기의 승자가 돼야 한다.

△가혹한 운명 ‘시정마’

씨수마와 씨암마가 사랑을 나누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교배장에서 씨암마의 발정기여부를 확인하고 심리상태가 안전한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이 역할을 해주는 비운의 말이 있다. 바로 ‘시정마’다.

한 농가에서 데리고 온 씨암마가 교배장에 들어 오자 곧바로 시정마가 들어왔다.

비교적 작은 체구의 조랑말이었다. 몹시 흥분한 상태다. 침이 입을 덮고 고개는 좌우로 격렬히 흔들었다.

배에는 비닐 가리개를 했다. 씨암마와 뜻하지 않은 교배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는 일종의 ‘콘돔’이다.

시정마가 씨암마의 은밀한 곳(?)에 다가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OK” 사인이 떨어진다. 이것은 씨암마가 교배를 위해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시정마는 본능에 충실하지 못해보고 힘겹게 퇴장한다.

관계자는 “시정마는 씨암마를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며 “고가의 씨수마가 안전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진짜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짧은 거사 큰 기쁨

엄청난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씨수말이 들어오는 것이다. 씨수마들은 교배장 쪽으로 오게 되면 자신이 곧 교배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오늘 소개할 씨수마는 ‘비카’다. 북미 리딩사이어 77위를 기록중인 ‘비카’는 도입가 20억원의 고가 말이다. 몸값이 비싸다는 설명을 듣지 않았어도 이미 입은 “쩍” 벌어졌다. 전에 들어왔던 가여운 시정마와는 차원이 다른 풍채와 위용을 지녔다. 비카는 씨암말에게 자신의 힘을 강조라도 하는 듯 도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더니 이윽코 ‘사랑작업’에 돌입한다. 15초가 지났나. 금새 힘이 빠진듯 ‘작업’을 멈춘다. 위용에 걸맞지 않은 시간이었다. 말은 보통 10~20초간의 사랑을 나누는게 보통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임신율은 87%다. 북미나 일본의 유명한 교배장의 임신율이 90%대인 것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인터뷰] “잘먹어야 사랑도 잘한다”

제주경주마육성목장 담당수의사 문자호 대리

“씨수마 16두 사료비만 1억3000만원이 들어갑니다”

씨수마는 일반 경주마와는 다른 특식을 먹는다.

문 대리는 “일반 말들은 혼합 사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씨수마들은 홍삼·마늘 ·해바라기씨·현미유·종합비타민 등이 포함된 고영양의 사료가 지급된다”고 말했다.

육성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번은 방목을 하는데, 씨수말은 단체 방목이 아닌2000~3000평을 한두의 전용운동장으로 사용한다.

심지어 말을 위한 런닝머신도 있다.

그는 “지속적인 영양보충과 운동이 건강한 정자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최충일 기자 benoist@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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