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덫’ 밀렵 야생동물 수난시대

   
 
  ▲ 소나무숲에서 노루가 빠져 나올수 있는 공간마다 포획용 올무가 설치됐다. /박민호 기자  
 

 

   
 
  ▲ 지난 14일 단속반이 올무수거중 인근으로 돌아온 트럭에서 노루포획용 올무를 찾아내고 있다. /박민호 기자  
 
나무가 울창한 중산간이 ‘죽음의 덫’으로 불리는 올무로 신음하고 있다. 밀렵행위를 막기 위한 단속이 계속 실시되고 있지만 지난달에도 수십여점의 노루 포획용 올무가 수거됐다. 지난 14일에는 노루를 불법 포획하던 밀렵꾼이 단속반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밀렵행위가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중산간 현장을 찾았다.<전문>

△중산간 지대 밀렵행위 극성

이날 오후 2시께 제주시 연동 남조순오름 서남쪽 1.5㎞ 중산간 지대. 보리를 경작하는 밭 주변으로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차량이 진입하기 힘든 이곳에 밀렵단속반이 찾았다.

밀렵단속반은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제주도지부 회원들과 제주시청 환경관리과 소속 공무원들이다.

밀렵단속반은 지난달초 이곳에서 노루 등 야생동물 불법 포획용 올무 30여점을 수거했다.

밀렵단속반이 소나무 숲으로 향하는 동안 보리밭 주변으로 동물 발자국이 보였다. 들개와 야생동물의 이동경로를 알려주는 흔적이다.

잠시 후 앞서가던 밀렵단속반이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 손짓했다. 노루를 포획하기 위해 설치된 올무다. 와이어로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별도의 끈으로 주변 나뭇가지와 연결된 올무는 거미줄을 연상케 했다.

노루의 이동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의 소행이라는 게 밀렵단속반의 설명이다.

소나무 숲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공간마다 노루 포획용 올무가 설치돼 있었다. 밀렵단속에 나선 지 10여분만에 10점이 넘는 올무가 수거됐다.

제주시청 환경관리과 신제균씨(40)는 “지난달 이 지역에 설치된 올무를 모두 수거했는데 금새 새로운 올무가 설치됐다”며 “밀렵꾼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벌어지는 밀렵

밀렵단속반이 올무를 수거하고 이동하려는 순간 트럭 1대가 들어섰다. 수상히 여긴 밀렵단속반이 트럭으로 접근, 확인한 결과 올무를 직접 설치한 주민 성모씨(54)로 드러났다.

트럭 내부에서는 노루 포획에 사용되는 올무가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노루 털도 발견됐다.

노루 털끝이 검은 색을 지닌 점을 감안, 겨울철에 포획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밀렵단속반을 당황케 한 것은 밀렵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성씨의 태도다.

이 일대에서 보리를 경작한다는 성씨는 “자신이 올무를 놨다. 농민도 먹고 살아야할 것 아니냐”며 밀렵단속반을 향해 되레 호통을 쳤다.

성씨는 “사람이 중요하지 노루가 중요하냐. 위법인줄도 몰랐다”며 “밭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씨는 “보리가 어느 정도 자라면 노루가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그런데도 올무를 지속적으로 설치한 것이냐”는 단속반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밀렵행위가 가까운 이웃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 셈이다.

이찬식 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 제주도지부 사무국장(40)은 “올들어 제주시 관내에서 적발된 밀렵행위만 10여건에 이른다”며 “단속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볼 때 밀렵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올무에 걸린 노루 등 야생동물은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치다 심한 상처로 고통받다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밀렵행위가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야생동물의 수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필 기자 kkp2032@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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