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지키는 한줄기 빛

   
 
  ▲ 산지등대  
 

칠흙같은 어두운 밤. 사방이 온통 검은빛 바다로 둘러싸인 뱃사람들에게 있어 한 줄기의 등대빛은 생명이며, 등대지기는 생명의 파수꾼이다.

제주시 사라봉을 100년 가까이 지켜온 산지등대. 정식 명칭은 산지항로표지관리소이고, 등대지기들의 명칭도 항로표지관리인이다.

산지등대를 30년동안 지켜온 김장민 산리항로표지관리소장(54)과 6년 경력의 고길영 항로표지관리인(38)은 이날도 선원들에게 밝은 빛을 비춰주기 위해 산지등대를 지키고 있었다.

   
 
  ▲ 사라봉 항로표지관리인들이 제주도내 등대 및 부표(147개)를 점검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김 소장은 “1994년부터 항로표지관리소와 항로표지관리인 명칭이 변경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등대와 등대지기로 부른다”며 본인도 예전 이름이 정겹다 말했다.

김 소장과 고 관리인은 사무실에 있는 모니터를 예의주시한다. 항로표기 집약관리 시스템을 통해 제주전역 140개가 넘는 무인등대와 부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제주항 등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무인등대와 등표를 망원경을 이용, 불빛의 밝기와 정상가동 상태를 관찰한다.

김 소장은 “등대지기는 유인등대는 물론 주변 무인등대와 바다에 떠있는 등표도 관찰·관리해야 한다”며 “무인등대와 등표는 제주인근 해안에서 신호등처럼 중요한 역할을 해 밤새도록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과 고 관리인은 무인등대와 부표 점검을 마친 후 빛을 비추는 20m높이의 산지등대 정상에 올라가 빛의 강도와 회전 주기를 점검했다.

고 관리인은 “산지등대는 강한 빛으로 멀리 비춰 먼 바다에서 운항하는 선박에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며 “등대에 따라 약속된 회전주기를 갖고 있어 만약 주기가 틀리면 선원들은 다른 등대로 착각해 길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등대는 24시간 분주하게 움직인다. 등대지기들은 평소 낮에는 등대의 불을 밝히는 프리즘 렌즈와 발전기·제어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등롱실 보호창 청소를 한다.

그리고 해무(바다안개)가 발생하는 날이면 대형스피커를 통해 음파신호를 보내 뱃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 밤 바다를 지키는 산지등대(프리즘렌즈) /박민호 기자  
 

김 소장은 “렌즈와 등롱실 보호창이 깨끗해야 빛을 보다 더 멀리 비출 수 있기에 수시로 청소를 하고 있다”며 “특히 해무가 자주 발생하는 봄철에는 밤낮으로 비상근무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 소장을 비롯한 모든 등대지기들은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산지등대는 물론 우도와 마라도, 추자도에 있는 유인등대의 직원들은 3명씩 배치돼 3교대로 24시간 등대를 지키고 있다.

등대지기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서로를 의지한 채 일을 해야 하고, 집에 갈 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열흘도 채 되지 않는다.

휴가를 받아도 날씨경보가 발령되면 곧 바로 등대로 복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김 소장은 “가족보다 등대와 함께 한 시간이 훨씬 많아 가장으로서 미안할 때가 많다”며 “하지만 등대가 고장나면 많은 뱃사람들이 큰 위험에 닫칠 수 있어 항상 등대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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