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 부담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제주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위한 출산·보육 복지정책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도내 가임기 직장여성의 절반이상이 출산과 육아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여성능력개발본부가 지난해 도내 50여개 사업체 근로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도민 출산 가치관 및 출산 장려정책 연구’에 따르면 출산육아가 자신의 직장생활이나 개인생활에 부담을 준다는 인식이 각각 59.1%, 55.2%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여성의 경제 참여율은 60.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평균치인 48.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직장 여성을 위한 육아 관련 복지정책은 미흡하다. 그나마 직장여성이 출산하면 90일의 휴가와 일정액의 급여가 보장돼 있으나 취업란 등으로 여성들이 이같은 복지 혜택을 당당하게 누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제주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출산과 보육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탄탄히 마련되고 실질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AIG생명보험 회사에 근무하는 장은아씨(27)는 “육아의 과정에서 생기는 금전적, 사회적 부담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출산을 꺼리거나 늦추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제주에는 소규모 사업장이 많아 육아 복지 혜택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직장 여성들이 짊어진 육아부담은 그들의 부모세대에게도 전가된다. 32년차 가정주부인 우혜련씨(52)는 “어렵게 아이들을 길러놨더니 이젠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직장에 다니는 결혼 정년기 자녀가 둘인데 손자들의 양육도 내 몫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제주여민회 고의경 사무국장(33)은 “자녀는 남녀가 함께 낳는 것인데도 출산·육아와 관련한 부담과 책임은 고스란히 여성들의 고민과 포기로 이어진다”며 “여성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존중되고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임 기자 mungd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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