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에서 정뜨르까지 4·3유해발굴의 기록 「뼈와 굿」…㈔탐라사진가협의회 발간

   
 
   
 

그리 넓지 않은 동굴에 주전자와 요강, 솥단지 따위가 널브러져 있다. 깨진 항아리와 버려진 일제 맥주병, 녹슨 무쇠솥을 단서로 오래전 누군가 이곳에서 수일이상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 함께 발견된 유골이 이 추측을 확실시 해준다. 지난 1992년 다랑쉬 굴에서는 11구의 시신이 발굴됐다. 증언에 의하면 발견된 시신은 4·3의 참화를 피해 숨어 다니던 구좌읍 하도리와 종달리 출신들로 1948년 11월18일에 희생되었다고 한다. 아이 1명과 여성 3명이 포함돼 있었다.

4·3 유해 발굴 현장을 기록한 사진집「뼈와 굿」이 최근 발간됐다. ㈔탐라사진작가협의회(회장 강정효)는 1990년대 이후 4·3유해의 발굴 현장과 위령제 지내는 모습을 163점의 사진에 담았다. 1부 ‘육신으로 남긴 죽은 자들의 기록, 뼈’ 에서는 1992년 세상에 알려진 다랑쉬 굴의 유해 발견·수습작업에서부터 최근 진행된 정뜨르 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의 유해 발굴 작업까지 그동안 진행된 4·3유해의 발굴 현장이 기록됐다. 2부 ‘죽은 이와 죽은 터를 위무하는 산 자들의 몸짓, 굿’ 에서는 2002년이후 제주민예총이 북촌리, 곤을동, 표선리 한모살 등 4·3집단 학살지를 찾아 위령제를 지내는 모습이 담겼다.

   
 
   
 
유해발굴이 과거의 실상을 오늘에 드러내는 작업이라면 집단학살 현장에서의 해원상생굿은 굿을 통해 억울한 영혼을 위무하고 용서와 화해를 부르는 미래 지향적인 행위라고 이들은 말한다. 탐라사진가협의회 강정효 회장은 발간에 부쳐 “근 60년 가까이 땅속 깊이 묻혀온 역사의 진실이 드러나길 바라며 책을 펴냈다. 유해발굴은 혈육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해 죄인으로 살아온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장기록성 있는 다큐 사진을 주로 찍어온 탐라사진가협의회는 지난 2005년부터 매년 4·3 기록사진전을 개최해왔다. 올해는 유해발굴과정을 담은 사진전 ‘다랑쉬에서 정뜨르까지’를 오는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마련한다. 문정임 기자 mungd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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