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전 제주섬 광풍으로 교육시설 초토화·마을공동체 파괴
소실된 3곳은 여전히 복구 안돼 ‘잃어버린 학교’로 남아

   
 
  ▲ 1948년 발생한 제주4.3으로 주민들이 건립한 학교시설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등 제주교육기반이 초토화됐다. 사진은 당시 소실된후 주민들의 자치공동체 역량으로 복구된 도리초등학교. /조성익 기자  
 
60년전 발생한 한국 현대사 미증유의 비극 ‘제주4·3’은 제주섬 전체에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제주4·3에 따른 피해는 교육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주사회는 비극의 4·3 역사를 겪지 않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화해·상생의 정신으로 화합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주섬 곳곳에 남아 있는 상처는 여전히 다 아물지 못했다. 최근에는 극우·보수단체가 4·3 역사를 왜곡, 도민사회에 또다시 상처를 주고 있다. 제주섬에 자란 평화의 큰 나무가 다시는 꺾이지 않도록 제주교육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상징

1945년 해방을 전후로 전국에서 교육시설이 건립된 가운데 제주지역에서도 학교설립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제주에서의 학교설립운동은 마을공동체의 상징이었다. 주민들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스스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설립하는 자치공동체 역량을 발휘했다.

당장 먹고 살아야할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주민들은 학교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건립비용을 마련했다.

주민들은 해방직후 초등학교가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학교설립추진위원회를 조직, 보리를 갹출하면서 학교부지 문제를 해결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모금에 그치지 않았다. 학교설립과정에서 일손이 필요하자 주민들은 스스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등 인재양성의 의지를 불태웠다.

이처럼 학교설립과정에는 주민자치역량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향회를 열고 학교설립문제를 함께 논의, 결정하면서 기금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해방 당시 52곳이던 초등학교는 95곳, 중학교도 2곳에서 16곳으로 각각 증가했다.

△마을공동체 초토화

1948년 제주섬을 휩쓴 제주4·3의 비극은 주민들이 건립한 학교시설에도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다. 교사·학생들이 희생됐고, 마을공동체의 상징인 학교도 파괴되는 등 제주교육기반이 초토화됐다.

지난 2001년 도내 윤석찬·한재영·김두욱·장영심·강춘수교사가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3 이전에 설립됐던 초·중등학교 111곳 가운데 초등학교 45곳, 중등학교 5곳 등 모두 50곳이 4·3 발생 직후인 1948년 5월~1951년 4월까지 소실되거나 건물 해체·폐교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화에 의해 학교건물 전체가 사라진 소실 피해는 도리초등학교 등 45곳으로서, 군·경토벌작전이 전개된 1948년 11월~1949년 1월까지 불과 3개월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

지역별 교육시설 피해는 북제주군이 22곳으로 가장 많고, 남제주군 15곳, 제주시 10곳, 서귀포시 3곳으로 집계됐다.

△아픔 딛고 일어선 제주교육

학교의 소실은 마을공동체 파괴였기에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1949년 2월 삼양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주민들은 학교설립에서 보여준 자치공동체 역량으로 학교 재건운동을 추진했다. 학교시설이 전소된 해안마을이나, 중산간마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활동도 학교시설 복구작업이었다. 자녀들의 배움의 길을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을공동체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주민들은 또다시 땀을 흘린 결과 대부분의 학교들이 복구됐다.

하지만 도내 교사 5명의 공동 조사자료에 따르면 제주시 애월읍 초등학교, 조천중학원, 단국중학원 등 4·3 혼란기에 소실된 3곳은 여전히 복구되지 못한 채 ‘잃어버린 학교’로 남아 있다.

올해로 4·3 60주년을 맞아 평화의 큰 나무가 성장하는 이 땅위에서 다시는 마을공동체의 상징이자 배움의 신성한 터전인 학교가 피해를 입지 않고, 세계평화의섬 제주가 미래 세대들에게 화해·상생, 평화·인권을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다양한 4·3 역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실정이다. 박훈석 기자 hspark@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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