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희생자유족회, 30·31일 전국 형무소 옛터 및 학살터서 행방불명인 혼백 모셔
관덕정서 합동노제 후 오는 4월2일 4·3평화공원에 안치

“고향을 잃은 채 지난 반세기 이상 구천을 떠돌아야 했던 원한을 이제는 접으소서. 한 줌의 흙에 의지해 고향 제주에서 이제 편히 잠드소서”
   
 
  ▲ 30일 제주 43희생자우족회가 주관한 전국형무소 옛터 학살터 행방불명인 혼백 모시는 행사에 참가한 호남지역위원회 회원들이 광주형무소 옛터 자리에서 혼백을 모시는 축문을 올리고 있다.<김대생 기자>  
 

 

   
 
  ▲ ▲ 30일 제주 43희생자우족회가 주관한 전국형무소 옛터 학살터 행방불명인 혼백 모시는 행사에 참가한 호남지역위원회 회원들이 광주형무소 옛터 자리에서 혼백을 모시는 흙을 담고 있다.<김대생 기자>  
 

제주4·3희생자 유족들이 30일 오전 11시30분 광주시 동명동 옛 광주형무소 터에서 한 줌의 흙으로 변한 유해를 정성스레 뜬후 고향으로 향할 함에 넣었다.

오늘(31일) 고향에 도착할 이 흙에는 60년전 발생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 ‘제주4·3’으로 광주 형무소에 끌려간후 한국전쟁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학살된 희생자와 행방불명인들의 혼백이 담겨 있다.

   
 
  ▲ 30일 제주 43희생자우족회가 주관한 전국형무소 옛터 학살터 행방불명인 혼백 모시는 행사에 참가한 호남위원회 회원들이 전주 황방산 학살현장에서 혼백을 모시는 축문을 올리고 있다.<김대생 기자>  
 

유족들은 광주형무소에 이어 제주4·3희생자들의 원한이 가득찬 전주형무소로 향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전주형무소에 도착한 유족들은 당시 수감자들이 학살당한 전주황방산 학살터에서 행방불명인 희생자들의 혼백을 모셨다.

유족들은 학살 당시의 처절한 참혹상이 지금도 가득찬 이 곳에서도 혼백이 담긴 한줌의 흙을 모셔놓고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의 원혼을 위로했지만 고통스러움은 감추지 못했다.

   
 
  ▲ 제주4·3희생자유족회 경인위원회가 30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60년전 제주4·3 당시의 행방불명 희생자자의 혼백을 고향인 제주로 모시기 위한 '혼백모시기 귀향제'를 봉행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등에서도 혼백 모시기 행사는 이어졌다. 서대문형무소에는 4·3 관련 희생자가 없던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국가기록원 소장 문서인 ‘한국전쟁 전후 탈옥수명부’가 발견되면서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던 130여명의 여성 중 60여명이 서대문형무소로 이감, 한국전쟁을 전후해 대다수가 행방불명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족들은 이날 혼백을 모시고, 정성스레 예를 올리면서 희생자들이 억울한 원한을 풀고 편안하게 영면할 고향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이처럼 4·3 60주년을 맞아 1948년 4·3 당시 육지부 형무소로 끌려와 한국전쟁 발발 후 형무소 인근에서 학살되거나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혼백을 제주로 모시는 의미 깊은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30·31일 이틀간 경인·대전·영남·호남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전국 형무소 옛터 및 학살터를 찾아 혼백이 담긴 흙을 떠와 제주4·3평화공원에 안치하는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3·3 60주년을 맞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행방불명인들의 혼백을 고향에 모시고, 비극의 역사를 평화와 인권의 역사로 승화시킬 혼백모시기 행사는 31일 제주국제공항과 주정공장 옛터, 별도봉, 서귀포 절간감자창고 옛터 등 도내에서도 진행된다.

4·3희생자유족회는 이처럼 전국 일원에서 제주로 모셔온 혼백을 영면하기 위해 31일 오후 8시 제주시 관덕정에서 합동노제를 치르고, 주정공장 옛터에 임시로 안치한다.

또 4월1일 주정공장 옛터에서 조문객들의 조문을 받고 진혼굿 등을 열어 원혼을 위로한후 4·3 60주년을 하루 앞둔 2일 4·3평화공원에 안치된다.

광주권 행사에 참석한 김광우 4·3희생자유족회 호남위원회장(63)은 “(혼백이 담긴) 흙 한줌이라도 고향에 모시게 돼 너무나 뜻 깊다. 전국 형무소터와 학살터를 찾아 봉행했던 위령제도 올해부터는 4·3 평화공원에서 실시된다”며 “희생자들이 이제라도 고향에서 한을 풀고 편히 잠드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이에 앞서 30일 오전 8시 제주공항에서 혼백 모시기 출정식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4·3희생자위령제 참석을 촉구하는 한편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4·3역사 왜곡과 일간지 광고를 통한 제주4·3평화기념관 개관 중지 요구 등의 주장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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