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규명은 끝나지 않았다”

제주4·3특별법 제정, 진상보고서 확정, 대통령 사과 등 4·3사건의 진상규명, 명예회복이라는 일련의 성과에도 불구,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가 4·3 60주기 앞에 놓여져 있다. 4·3 60주년을 맞은 현재, 정체성 확립을 통해 4·3을 평화와 상생의 역사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도민들의 바람도 이어지고 있다.

제60주기를 맞은 4·3의 현재와 향후 과제를 5회에 걸쳐 진단한다.

△ 4·3 60주년을 맞기까지

제주4·3은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극심한 인명피해를 가져온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4·3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발발 50여년이 지난 2000년 1월12일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이 제정 공포되면서다.

제주4·3특별법 제정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지면서 비로소 4·3은 어둠과 침묵의 역사라는 껍질을 깨고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주4·3특별법은 제1조 목적을 통해 ‘제주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국민화합에 이바지하기 위함’ 제정 취지를 밝히고 있다.
즉, 한국전쟁 이후 최대 인명피해 사건임에도 발발 50여년이 지나도록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희생자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이자, 4·3을 재평가하고 명예회복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2003년 10월15일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 최종 확정, 같은 해 10월31일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최초의 정부수반 공식 사과, 2006년 제58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 노무현 대통령 참석 등이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 잘못된 사건에 대해 향후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국가차원의 약속이자 억울한 희생을 치러야 했던 유족과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왜곡된 과거사 청산·화해와 상생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도민들에게 던져주었다.

△ 산적한 과제 그러나 ‘정체’

제주4·3특별법 제정,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대통령 사과 등으로 한껏 고무됐던 4·3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사업은 오히려 4·3 60주기를 맞아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권 교체와 함께 추진된 제주4·3위원회 폐지 등은 벌써부터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향후 사업 추진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도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보수우익세력의 4·3왜곡도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4·3은 공산폭동이며, 진상조사보고서 가짜’라는 청원서가 정부에 제출되는가 하면 뉴라이트교과서포럼의 4·3왜곡 등 자신들의 입맞에 맞게 4·3사건을 뜯어 고치려는 보수우익세력의 도발이 잇따르면서 4·3 60주기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다. 특별법 제정 이후 좀처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제주 사회 내적인 문제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4·3을 평화와 화해, 상생의 역사로 승화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4·3진상조사보고서는 불충분한 희생자 실태조사, 미군정의 책임여부, 확실한 증거문서 확보 실패 등을 언급, 향후 추가진상조사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전히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4·3 정체성은 4·3 명칭의 혼란, 보수우익세력에게 역사왜곡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4·3 특별법 재개정을 통한 추가진상조사, 평화공원·재단 운영에 따른 적극적인 정부지원, 국가추념일 지정, 생계곤란 유족 지원 등 적지 않은 과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4·3 60주년을 4·3 세계화의 원년으로 삼아 참혹한 비극의 역사를 화해·상생의 역사로 승화시키기 위해 도민의 역량이 다시 한번 모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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