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땅을 1,000평 쯤 구입해서 쑥대밭을 만들어 볼까? 그 얘기를 들은 아내가 뜨악해 합니다. “남들은 애써 죽이는 쑥을 키워요?” “쑥은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니 비료나 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라잖아요? 그걸 잘 키우면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체험공간이 될 것?같아요. 효소도 만들어 보게 하고, 인진환도 만들어 가게하고. 또 모깃불과 아로마로도 활용이 가능하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잖아요?” “듣고 보니 그러네.”

쑥은 원폭이 떨어진 일본 땅에서?가장 먼저 싹을 내밀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보릿고개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쑥이 언제부터인지 홀대를 받고 있습니다. 싹의 기미만 보여도 제초제를 뿌려버립니다. 키가 조금 자란 것은 사정없이 낫질해 버립니다. 인간에게 그만큼 유용한 식물도 없을 텐데 귀찮게만 여깁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입니다.

해마다 여러 가지 효소를 만듭니다. 그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제일 앞자리에 쑥을 놓습니다. 강한 생명력만큼 몸에 활기를 줍니다. 여자들에게 필요한 철분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쾌변에도 도움이 됩니다. 애써 키우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비용이 들지도 않습니다. 쑥을 고아서 인진 환을 만듭니다. 만드는 수고가 만만치 않은 만큼 인진환의 가격도 높습니다.

아로마하면 서양의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향기 있는 모든 것이 아로마입니다. 파, 마늘, 양파, 생강 어느 것이나 아로마란 이야기입니다. 말린 쑥을 아로마 용기에 올려놓으면 향이 좋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집안의 잡냄새도 싹 제거해 줍니다. 쑥을 태우면 모기가 달려들지도 않습니다.

쑥에는 국을 끓여먹는 애엽과 키가 1m이상 자라는 인진(약쑥, 사철쑥) 두 종류가 있습니다. 찾는 것은 인진이고, 한의학에서는 강화도의 것을 최고로 칩니다.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서일 겁니다. 제주의 쑥도 강화의 것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주 바닷가의 쑥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눈여겨 봐둔 쑥이 사라지고 유채꽃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마구잡이로 쑥을 베어내고 제초제를 뿌려댑니다. 유채가 제주를 대표한다 해도 자원의 다각화 측면에서 제고하면 좋겠습니다.  <오성근·전업주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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