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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4·3 ‘이름’찾기는 새로운 역사 출발점“제주공동체 지키기 도민항쟁 주장도 존재”
4·3은 60년전 기억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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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4-03 (목) 14:45:43 | 승인 2008-04-03 (목) 14:45:43
   
 
  ▲고희범·제주4.3 진상규명 명예회복추진 범국민위원회 상임공동대표·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4·3은 폭동, 반란, 학살, 사건, 사태, 항쟁 등 서 있는 자리에 따라서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다. 공식적으로는 ‘제주 4·3’이라거나 ‘4·3’이라고만 불린다. 60주년을 맞아 서울에선 지난 주말 4.3의 정명(正名)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4·3 40주년이 되던 1988년 첫 공개행사로 서울에서 심포지움이 열린 것을 시작으로 4·3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50주년이 되던 1998년에는 ‘제주4.3 진상규명 명예회복추진 범국민위원회’를 조직하고 특별법 제정운동에 돌입했다. 그리고 다시 10년 뒤 정명(正名) 토론회가 열린 것은 4·3의 성격과 의미를 공식화하기 위한 운동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4·3에는 이미 강조돼 온 ‘학살’과 ‘희생’ 뿐만 아니라, 토벌대의 대학살 등으로 파괴당한 공동체를 지키려는 일념과 통일독립국가 수립을 원했던 당시 도민의 투쟁과 꿈을 담은 ‘항쟁’의 역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4·3특별법 제정,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 채택, 대통령의 사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통해 4·3의 한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단 한 사람의 인권도 공권력의 이름으로 유린해서는 안된다는 정부 차원의 선언이자 약속이다. 이는 또한 왜곡됐던 과거사를 복원함으로써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 표명으로, 전 세계를 향해 이 나라가 문명국가임을 당당하게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4·3을 극우냉전 논리로만 바라보는 세력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리며 한국사회 민주화의 걸림돌이었던 이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4·3을 ‘좌파 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한 이른바 ‘뉴라이트’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이념을 덧칠하려는 불순하고 천박한 역사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정명토론회가 열리던 날 뒷풀이 자리에서 한 노교수가 자신의 아픈 기억을 처음으로 고백했다. 활동가였던 아버지가 죽임을 당한 뒤 큰아버지와 어머니가 예비검속 때 연좌제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실, 갈 곳이 없는 자신을 거두어 양육해준 큰어머니에 대한 기억, 자기 아버지 때문에 큰아버지가 학살당한 사실을 알고 큰어머니에겐 먼저 나서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던 일, 지금까지 한번도 밝고 즐거운 꿈은 꾼 적이 없고 언제나 어둡고 쫓겨다니고 비참한 꿈만 꾸고 있다는 것, 자기 아들들에게 조차 자신의 참혹했던 과거를 얘기하지 못했다는 것 등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에 쌓여 털어놓은 그의 고백에 좌중은 모두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4·3 관련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4·3은, 이 노교수와 마찬가지로 60년 전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진실의 노를 저어 평화의 바다로’를 60주년 기념행사를 아우르는 주제로 정한 것은 제주인의 절제된 성숙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서문에서 “보고서는 4.3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에 중점을 두었으며 사건의 성격이나 역사적 평가는 앞으로 새로운 사료나 증거가 나타나면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60년은 육십갑자가 한바퀴 돌아 한 시대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 4·3의 성격을 담아 정명을 찾는 일은 역사를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고희범·제주4.3 진상규명 명예회복추진 범국민위원회 상임공동대표·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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