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일본 4·3 교류방문단, 해산식

   
 
   
 
제주도와 4.3 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초청으로 제주를 찾았던 재일동포·일본인 방문단 144명이 4일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해산식을 가졌다.

재일동포들은 간담회를 겸한 이날 해산식에서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그리운 고향 한 번 밟지 못했던 서러움과 너무도 달라진 제주도의 모습에 하염없는 눈물로 맺힌 한을 쏟았다.

오랜기간 4·3운동의 지원자로서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힘써온 일본인들도 다시는 제주4·3의 비극과 같은 참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양국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현광수 전 4.3을 생각하는 모임 대표는 “4·3위령제는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을 집약해 보여주었다면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현 전 대표는 “지난 60년은 너무나 긴 세월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강산이 여섯 번 흐를 때까지 제주4·3은 일본에서조차 철저히 묻혀왔다”면서 “이제 제주4·3의 전국민화·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가 우리의 과제다”고 밝혔다.

김진행 동경조국통일평화협의회 전 부회장은 “4·3으로 떠난 땅, 4·3으로 되밟다가 나의 신념이었다”면서 “그동안 4·3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애써온 관계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하지만 “4·3평화공원에는 4·3당시 무장대에 참가한 선배와 선생의 이름이 빠져 있다. 지금 화해·상생을 말하고 있지만, 무장대 소속자의 이름이 없는 것은 정말 불공평한 것 아닌가. 그들의 이름을 찾아내 명복을 빌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고칠성 선생 등 당시 희생당한 이들의 명복을 빈다”며 울음을 토했다.

재일동포 원동일씨도 “부친이 4·3당시 무장대 활동을 하다 일본으로 건너간 뒤, 행방불명자로 돼 있다”면서 16년 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셨는데, 부친의 명예를 제주도가 꼭 회복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남겼다.

이날 일본인들의 양심의 목소리도 울렸다. 마치야마 에이지씨(헌법을세계로미래로 연락회 소속)는 제주4·3을 통해 주민 3만여명이 희생되고 고통당한 세월을 양심있는 일본인들은 하나의 마음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에이지씨는 “제주4·3은 일본이 여성, 어린이 등이 포함된 주민 3000여명을 학살한 중국 ‘헤초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제주4·3은 타인의 일이 아닌, 일본군이 한반도에 남긴 악의 재산이며 부채이므로, 일본정부를 대신해 정말 사죄를 고한다”며 깊이 고개 숙였다.

이날 제주4·3관련 출판물 등을 출간하고 있는 일본 편집자모임의 타사키씨는 제주4·3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제주4·3 평화·인권 표상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타사키씨는 “제주도는 세계 평화의 섬이고 인권의 섬이란 말을 들었다”면서 “제주4·3평화공원 등 훌륭한 건물 못지않게 제주4·3 평화·인권을 표상으로 삼는 것이 제주가 진정한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나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순실 기자 giggy@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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