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난립, “아무나 찍겠다”

6명의 후보 출마로 누굴 뽑을지 떠들썩할법한 제주시을 선거구. 각 언론에서는 김우남 후보와 부상일 후보의 초박빙 승부를 예상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누가 되든말든 심드렁하다. 거리 곳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투표할 의향은 있지만 후보도 공약에도 좀처럼 관심이 없다. 유권자들은 6명의 후보 출마로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딱히 시선이 가는 후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름 석자 알기도 벅차

제주시을 선거구는 후보만 해도 통합민주당 김우남 후보, 한나라당 부상일 후보, 자유선진당 강창재 후보, 민주노동당 김효상 후보, 친박연대 김창업 후보, 평화통일가정당 김창진 후보 등 총 6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에겐 후보 이름과 정당, 기호를 외우는 것만도 벅차다.

이른 아침 밭일을 나가던 강모씨(74·조천읍 북촌리)는 “사람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알게 뭐냐”며 “선거 날 아들한테 물어봐서 아무나 찍겠다”고 말했다.

강모 할머니의 아들 김모씨(58·조천읍 북촌리)는 “후보가 많아서 후보들이 이름 알리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며 “때문에 공약 파악 및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보 많으면 뭐하나 “지역일꾼 없다”

유권자들은 후보만 많을 뿐 제주시을 선거구를 위한 ‘진짜 후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후보자들의 공약이 제주특별자치도 완성과 구도심권 활성화, 감귤산업 진흥 등으로 비슷비슷해 제주시을 지역만의 현안 발굴이 없다는 것이다.

채소가게 김모씨(60·화북동)는 “매번 들고 나오는 1차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은 지겨울 정도”라며 “제주시을 지역만을 위한 차별화되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모씨는 “후보들 간에 지역문제에 대한 대립되는 쟁점이 있어야 지역문제가 부각되고 선거분위기도 확 살아날 텐데...”라며 “긴장감도 없고 재미도 없는 선거”라고 말했다.

제주시 동문공설시장에서 분식집을 하고 있는 신모씨(50·이도1동)는 “후보들의 출신지가 대거 구좌읍으로 편중돼 있어 그 외 동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것이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vs부? 뚜렷한 선택 기준 없어

제주시을 선거구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양강구도로 간다는 데는 이의를 달지 않았지만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문모씨(43·조천읍 조천리)는 “두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도 비슷하고 출신지도 같은데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냐”고 말했다.

주부 고모씨(45·구좌읍 평대리)도 “구좌읍 지역 내에서도 누구를 뽑아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다”며 “공약에 큰 차이가 없는 이상 후보 선택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사표방지 혹은 기권

뚜렷한 후보 선택 기준 없이 유권자들의 선택은 유보상태이지만 선거당일까지도 선택을 내리지 못할 경우 사표방지를 위해 양강구도 후보 중 한명을 뽑거나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회사원 김모씨(46·삼양동)는 “투표는 해야겠고 버릴 표일 바에는 그나마 지지율이 높은 후보 중 한명을 뽑겠다”며 “지역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약재상 박모씨(70·일도1동)는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게 후보들”이라며 “기껏 뽑아봐야 지역민들을 위해서 해주는 것 하나 없이 그대로인데 뭐하러 투표를 하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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