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제주대 교수, 정치학)

4월 9일이다. 이제 우리는 유권자로서 당당한 한 표를 행사해야만 한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은 1년 반에 한번 꼴로 선거를 치루는 셈이다. 이번 총선은 대통령선거가 있은지 5개월 만에 치루어지는 선거이다. 유권자들의 선거 피로감이 극도에 달해서 투표율저조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이것은, 예측 가능한 정치 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할 것 없이 당리당략에만 눈이 어두워 후보자공천을 ‘개혁공천’이라는 명분 하에 제 때에 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다보니 정당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인물중심의 선거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거는 실용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다. 중간평가라고 하기에는 짧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은 가히 선거풍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 그리고 2013년 대통령선거이다. 정치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18대와 19대 국회를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구성되느냐 에 따라서 현 정권과 차기 정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정치 일정이 톱니바뀌 돌듯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여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아서 명실 공히 강력한 여당이 되면서 차기 총선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할 것이다. 반면에 통합민주당은 강력한 여당을 견제하려는 데 안간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다른 정당들은 존재의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여야 모두 절박한 상황에 있다. 이에 편승하여 후보자들도 당선에만 눈이 어두워 우선 ‘되고 보자 식’의 선거운동을 하려는 경향도 있는 듯 하다. 구별도 되지 않고 지키지도 못할 선거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제주지역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선거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3개 선거구의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고 아쉬운(?) 표차로 당락이 판가름 나지 않을 까 한다. 어떻게 보면 승자와 패자 모두 깨끗하게 승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것 같지는 않다. 선거 후유증이 오래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또한 일기예보에 따르면, 선거 날 봄비소식이 있는 모양이다. 여ㆍ야당에서는 날씨변화에 따른 유ㆍ불리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역시 선거의 마침표는 유권자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그래도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이다. 유권자의 의무를 충실하게 할 때만이 대한민국이 선진화의 기반을 다지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호·제주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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