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거운동 여전…인물론 부각속 초경합

   
 
   
 

 

   
 
  ▲ 제주지역 역대 총선 당선자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8일 자정을 끝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선택의 순간만을 남겨놓게 됐다.

 제주지역 3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숨가쁜 여정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정책 공방은 실종된 채 비방과 헐뜯기 등이 난무하는 '최악의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지역이 다른 시·도에 비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경제살리기 공약은 재탕, 삼탕 수준이었고 새로운 것이 없는 공약이 대부분이었다.

 또 후보들간 차별화된 공약도 예산확보와 사업기간 등 실행계획을 전혀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급조된 공약임을 스스로 시인했으며, 제주도가 추진중인 사업을 자신의 공약에 슬그머니 끼어 넣는 이른바 '무임승차 공약'도 그 어느 선거때보다 많았다는 평가다.

 정책대결 실종은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 현상을 불러와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비관론도 우세했다.

 이런 '최악의 선거'는 각 당의 늑장 공천이 한 몫을 했다.

 대선이 끝난 뒤 곧바로 총선이 이어졌지만 각 당은 후보자 등록일을 몇 일 앞두고서야 공천을 확정, 정책대결의 선거대신 급조된 선거를 부추겼다.

 이러다보니 제주지역에서도 '늑장 공천'과 공천 후유증으로 일부 후보자들이 공천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탄핵열풍이 불었던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간 '안정론 vs 견제론'이란 큰 틀의 선거구도가 형성됐지만 제주지역은 정당의 선거구도보다 인물론에 따른 대결 구도가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이에 따라 유력 후보들간 숨막히는 접전이 선거내내 이어졌으며, 이를 반영하듯 선거기간 실시된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도 초경합 양상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일부 후보간 '리턴매치'와 여성 후보들의 출마, 전직 검사출신 선후배간 대결 등도 이번 제주지역 총선에서 보여준 관전포인트 중에 하나였다.

 특히 이번 총선은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제주시와 북제주군이 통합돼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서로 나눠 치러진 최초의 선거라는 기록도 남겼다.

 또 이들 선거구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선거구 변화가 가져올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제주지역 선거에서 가장 큰 특징은 지역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4·3의 완전한 해결과 민군복합형 기항지, 재래시장 활성화, 1차산업 경쟁력 강화, 감귤 등 산적한 지역현안에도 후보들간 논쟁의 중심은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헐뜯기가 주를 이뤘다.

 일부 후보들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정략적 수단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상대 당과 후보를 비난하는 성명이 봇물을 이루는 등 정책대결은 실종된 채 네거티브 대결만 난무하는 선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선거가 치러지다보니 이번 총선은 제주지역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나 대안제시는 뒷전으로 밀린 채 유권자들에게 '묻지마 투표'만 강요하는 선거로 전락했다.

 불법 선거운동도 여전했다.

 공식 선거운동도 시작되기 전에 일부 후보자들이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벌이다 적발되는가 하면 일부 후보자 선거사무소 관계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다 적발돼 고발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기간에 불법 선거운동 관련자 27명을 적발, 6명을 고발조치하고, 2명을 수사 의뢰했다. 음식물을 제공받아 50배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하는 유권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양덕순 제주대 교수는 "이번 제주지역 총선은 정책대결의 장이었다기 보다는 후보자 중심으로 치러진 선거였다"며 "이런 선거풍토가 뿌리를 내린다면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민철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