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일방적 승리보다 ‘황금분할’선택

경제냐, 견제냐를 화두로 격돌했던 이번 18대 총선의 성적표는 일단 과반수 의석 확보에 성공한 한나라당이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결과가 어느 당의 손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은 ‘황금분할’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좋아만 할 정도의 우수한 성적표는 아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당초 과반의석 150석 목표에 1∼2석만 더 달라고 ‘엄살’을 부렸지만 내심 산술적 과반을 넘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수가 될 수 있는 168석 이상을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공교롭게도 강 대표가 희망했던 대로 과박 150석+3석. 한나라당은 9일 선거 종료후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최대 184석, 안정적인 과반 확보가 예상되자 환호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접전지에서 속속 패배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드러나며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특히 수도권에선 선전했지만 ‘텃밭’인 영남에서 예상외로 무소속과 친박연대에 대패하고,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박형준 의원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낙선하자 일각에선 “턱걸이 과반은 넘겼지만 사실상 패배”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성적표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목표인 100석을 달성, 제1야당으로서 입지를 구축하며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었지만 81석에 그쳤다.

특히 과반의 거대한 여당을 독자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대항력을 확보하는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당의 간판인 손학규 대표와 대권후보이기도 했던 정동영 전 장관이 한나라당의 박진, 정몽준 의원과의 한판승부에서 완패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으로 겸허히 존중한다”고 몸을 낮추면서 지난해 대선 직후 50석 내외였던 분위기에 비해선 선전했다고 나름대로 의미도 부여하기도 했다.

그 외 정당 가운데선 창당 2달만에 목표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20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8석을 차지한 자유선진당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고 친박연대도 지역구(6석)에선 미흡했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정당득표율 덕분에 비례대표 8석 등 전체 14석을 확보,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노당은 지역구에 출마한 권영길 후보의 당선과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을 잡는 이변의 주인공인 강기갑 후보의 선전 덕에,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후보가 한나라당 ‘2인자’인 이재오 후보를 꺾으면서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서울=김철웅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