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총선 개표장에서 보여준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의 늑장 발표가 씁쓸함을 던지고 있다.

지난 9일 제주시 갑·을 선거구 개표소에서 모 선관위 직원이 보여준 ‘적반하장’식의 태도 때문이다.

당초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개표를 부재자투표에 이어 지역구선거, 비례대표선거 순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시 을선거구 지역구선거 부재자 개표 결과는 갑 선거구 부재자 개표결과와 지역구 개표결과가 모두 발표된 후 한참 지나서 다음날 0시7분에야 나왔고, 비례대표의 개표결과도 한창 발표되는 시점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늦어진 부재자 개표 과정에 의문을 품고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선관위 직원이라고 밝힌 한 공무원이 반말과 함께 소리를 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특히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신속·정확하게 이뤄져야 하는 개표작업 중에, 수백명의 개표사무원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정당하게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오히려 개표작업을 방해하는 선관위 직원의 행동은 할 말을 잊게 했다.

늦어진 부재자 개표에 대한 정확한 해명도 하지 않은 채 기자의 상급직원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취재에 ‘짜증’을 내는 선관위 직원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면서, 과연 공복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뿐이다.

만약 부재자 개표 결과가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 속에서, 1초라도 빨리 개표결과를 숨죽이며 밤늦게까지 기다리는 도민들에게도 이같은 ‘고성방가’를 할 지 물어보고 싶다. 김영헌 기자 kimyh@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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