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통령 측근 ‘줄 낙마’…당권 경쟁 본격
민주당 손대표 당권 포기 선언 계파간 신경전

지도부 교체 등 여야를 막론하고 4.9총선의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한나라당 주류세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손꼽히던 이재오 의원은 물론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공천의 칼날을 휘둘러온 ‘실세’ 이방호 사무총장마저 낙선한데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낙선함에 따라 양당 모두 지도부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남 사천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의 경우 10일 당직을 사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무총장의 경우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 가운데 한사람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세로 부상했으나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심으로써 당분간 ‘야인’ 생활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함께 가장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됐으나 역시 ‘굴러온 돌’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일격을 당한 ‘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의원도 여의도 입성에 실패함으로써 총선 이후 한나라당 내부에서 새로운 ‘군웅들의’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여권내 힘의 균형은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의 부재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에게 급격히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간 당권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이번 선거가 ‘박근혜 총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시 한번 막강 파워를 과시한 데다 6선이 되는 정몽준 의원은 사실상 ‘선수에 걸맞는 책임’을 운운하면서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울=김철웅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차기 당권 포기를 선언했다. 지역구 입성에 실패한 데다 당으로서도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 실패한 데 따른 일종의 책임감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10일 18대 총선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며 “저는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당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평당원으로써 저의 책임과 사명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급조된 가건물같이 운영돼온 민주당이 제대로 된 정당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이번 전대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대안야당으로 거듭 나도록 기초를 닦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헌신이라고 생각하고 공정한 경선관리, 체제정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민주당내에선 총선 성적표인 ‘81석’이 거대 여당을 독자적으로 견제할 만한 개헌 저지선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과, 반면 지난해 대선 직후 50석 정도이던 분위기에 비해선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엇갈린 시각이 제기되는 등 당권 경쟁을 위한 힘겨루기가 서서히 시작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한 사실’에 두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선전론 또는 책임론을 내세워 총선 후 3개월 이내에 치르도록 돼 있는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노림수가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계파간 신경전인 셈이다. 서울=김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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