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뛸까. 그리스 용사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 전장에서  장장 40㎞를 달려 아테네 시민들에게 승리를 알린지 2500년이 흐른 오늘.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빗속으로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 있다. 달리기에 열광한 사람들은 한 겨울 칼바람을 맞닥뜨리며 해안도로를 유유히 뛴다. 

 추위와 더위, 습한 날씨에도 뛰는 러너(runner)들을 보면 그들이 달리는 진짜 이유가 궁금해진다. 

 천천히, 단순하게 살지 못하고 서두르고 속상해하며 몸과 마음에 '화상'을 입고 사는 사람들은 두 다리로 몸을 움직이면서 오는 희열을 발견하는 자들을 이해하기 버거울 거다.

 「상실의 시대」를 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토너다. 그는 끝까지 달린 후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 잔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

 달리는 일이란 그에겐 결코 따분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달리기)은 매우 스릴 넘치는 비일상적이고도 창조적인 행위다.

 설령 짧게 밖에 살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짧은 인생을 어떻게든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라는 게 하루키식 '달리기 미학'이다.

 창조적인 행위든, 살을 빼든, 건강해지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든, 러너들은 뛰는 것에 대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유들을 간직하고 있다.

 오진수씨(노형동·46)는 15년 가까이 철인삼종경기로 몸을 다진 러너다. 허리 디스크 치료차 수영에 빠진 것이 인연이 됐다. 수영을 하니, 달리기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이후 스트레스는 완전해소, 20년 넘게 피우던 담배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한때 90㎏의 몸무게를 과시(?)하던 장영진씨(오라동·47). 내가 과연 뛸 수 있을까 처음에는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뛰면서 14㎏을 뺐다. 이외에 정신·육체 건강을 덤으로 얻었다. 이제까지 달리기 대회 5회에 도전, 완전 달리기 광신자가 됐다.

 한라산 한 번 오르면 하루가 다 가고, 오름 등반은 시간이 너무 짧아 달리기를 택했다는 고경무씨(건입동·41). 그는 하루 1∼2시간이 소요되는 뛰기가 이상적인 운동이라 강변한다. 5년째 뛰고 있으며, 다이어트 효과도 확실히 챙겼다.

 자, 그들은 오늘도 뛸 것이다.  딱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008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수천 명의 주자들과 어깨도 맞댈 것이다.

 다시 왜 뛰느냐고 그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도 이런 답이 나오지 않을까. "운동화 끈은 매셨나요?” 

현순실 기자 giggy@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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