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제주축협 가축시장 매매 거의 없어…한우농가, 미국산 쇠고기 개방 분노

   
 
  ▲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과 사료값인사으로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가는 가운데 2일 오전 한림읍 금악리 한우시장에서 입찰을 기다리던 한우(상처입은)가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듯 하다. 박민호 기자 mino77@jemin.com  
 
“답답한 심정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사료값 때문에 죽겠는데 이제는 미국산 쇠고기까지 들어오면 방법이 없다. 금쪽같던 소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이제는 빚더미에 앉을 일만 남았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의 직격탄을 맞아 전국적으로 한우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제주축협 가축시장에는 한우 농가들이 한숨만 가득했다.

경매가 시작 전부터 한우사육 농가들이 시장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끝없이 오르는 사료값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날 열린 가축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잔치집 같았던 지난 2일 가축시장이 한달 사이에 초상집으로 변해 버렸다.

지난달에는 한우농가에서 60마리의 소를 출하해 54마리가 낙찰돼 팔렸지만, 이달에는 출하된 소는 42마리로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낙찰된 소는 고작 8마리에 그쳤다. 당초 이날 경매에는 50마리가 출하될 예정이었지만, 소값 폭락으로 일부 농가들이 아예 출하를 포기해 버렸다.

또 경매 시작 일주일 전에 내정가격 산정 작업 과정에서도 축협 직원과 한우 농가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달 사이에 30만원이나 입찰가격을 내리라는 말에 농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게 내려간 입찰가격에도 소를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입찰가격을 다시 10만원을 내려 2차 경매까지 열었지만, 관망분위기로 매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한우농가는 4개월 전 230만원에 매입한 암소를 수십만원 상당의 사료값도 포기한 채 같은 가격에 경매에 내놓았지만 결국 팔지 못해 다시 차에 싣고 돌아갔다.

앞으로 소값이 더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번달 중으로 사료값이 또다시 오른다는 소리에 입찰자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반면 한우농가들은 한달 사이에 40만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자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가축시장에서 암소의 평균낙찰가는 172만원으로, 지난달 평균낙찰가 231만에 비해 59만원이나 하락했다. 수소의 평균낙찰가는 198만원으로, 역시 지난달 228만원에 비해 30만원이 떨어졌다.

한우농가인 양철우씨(46)는 “무이자도 아닌 3%의 이율에 상환기간도 1년뿐인 특별사료구매자금을 큰 인심이나 쓰듯이 지원하겠다는 정부를 보면서 할 말이 없다”며 “소값 폭락에 사료값 폭등으로 농가들은 빚만 더 떠안게 될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축협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발표 후 전국적으로 소값이 폭락하면서 소를 매입하겠다는 입찰자가 없다”며 “앞으로 소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등 향후 추세를 보겠다는 관망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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