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남·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독자위원>

   
 
   
 
해마다 5월이 되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가정의 소중함과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밀려오는 카메라의 플래쉬와 취재의 열기를 팀장에게 맡기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내 주변의 아이들을 떠올려 보았다.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은 꿈을 먹고 자란다' 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실제로 아직은 작은 꿈에 불과한 그 꿈들이 모여 미래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난 가끔씩 그런 꿈을 꾸고 싶어도 꿀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아이들은 무엇을 먹고 자라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가정방문을 다니다 보면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너도 꿈이 있지 않느냐고 질문을 해본다. 잠자고 있는 그 아이들의 꿈을 깨워보기 위해 던진 질문은 짧은 답변으로 돌아오곤 한다. "없어요." 이 아이들에게 있어 꿈은 먼 미래가 아닌 어렵게 지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하루하루 지내는 것일 뿐이다.

얼마 전 한 아이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왜 우리를 도와줘요? 그게 일이예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지금 단순히 일로써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간단했다. "내가 지금 너를 만나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은 너에게 심어져 있는 씨앗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야. 그게 나의 일이기도 하고 나의 꿈이기도 해." 나는 그때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꿈이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물과 토양, 그리고 따스한 햇빛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꿈을 꾸기 위해서는 주위에 있는 우리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희망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한 아이에게 전해질 때 비로써 그 아이에게 꿈이라는 열매들이 열리게 되고 그 열매가 우리 모두를,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저마다 바쁘게 살다보니, 잊고 지내거나, 연말이 되어야 우리 주변의 소외되어 있는 어려운 아이들을 찾고 돌보게 되는 것 같다.

그 아이들은 항상 사람을 그리워하고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마음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되어 그들의 작은 기쁨, 슬픔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진정한 의미의 나눔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는'내일 지구의 멸망이 온다고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가끔 되새길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지구의 멸망 앞에서 심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도 무척 소중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의 아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이라는 나무를 심어주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꿈들이 양팔 가득, 주렁주렁 자라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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