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죽는다-신세대 공포의 전형

「여고괴담」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국산 공포영화들.올해 여름특수를 맞아 ‘한국적’인 공포물을 지향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국산공포물들이 줄줄이 스크린에 데뷔했지만 할리우드공포물의 공식을 답습하는데 그쳐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살려내지 못했다.

이런 틀을 깨부수려는 듯 ‘스너프필름’이라는 소재와 집단따돌림을 교묘히 결부시킨 「찍히면 죽는다」는 스피드가 돋보이는 신세대 공포물.집요하게 따돌림당하던 한 학생이 살해당하고,당시 장면이 담긴 필름이 인터넷을 통해 가해학생들에게 전달되면서 이야기는 핏빛 추적극으로 치닫는다.

범행 은폐를 위한 가해자들의 암묵적 동의,정체불명의 살인자가 벌이는 가차없는 복수극 등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스크림」시리즈 등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다만 롤러코스터를 탄 듯 속도감을 살려낸 영상과 군데군데 그물망처럼 산재한 복선,예상치못했던 순간에 등장하는 파격적인 유혈장면 등이 이야기의 맛을 살린다.현실감있는 공포를 되살리듯 여과없이 표출되는 신인배우들의 연기도 긴장감을 더한다.26일 개봉.시네하우스(722-3757).


◈미인-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아무런 대가없이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한쌍의 남녀가 있다.잡지사 인터뷰 전문기자인 한 남자는 옛애인을 그리워하는 한 여자를 만난다.자신의 체온으로 그녀를 위로하며 서로의 ‘몸’을 거침없이 파헤치는 남자,그리고 여자.결국 연민은 집착으로 바뀌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사랑을 암묵적으로 확인하게 된다.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왔을 때 한껏 자신의 상상에 빠져있던 한 남자를 만나는 것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 서로가 한몸이 됐을 때뿐인 남녀의 메마른 일상과 독백처럼 흐르는 건조한 나레이션이 독특함을 더하는 영화.노영심의 피아노 솔로를 배경으로,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직접 안무를 맡은 ‘베드신’등 남녀의 적나라한 ‘한몸 연기’가 시선을 끈다.상영중.아카데미(751-2201∼3).<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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