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이유로 매달 40~50마리 외톨이 전락후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발길
4마리 중 1마리만 주인 찾아…교통사고 등 위험환경 노출로 상당수 자연사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 버린 것이 아닌가 여겼던 강아지를 수소문한 끝에 주인을 찾았는데,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주인의 모습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제주시 유기동물보호센터(이하 보호센터)의 박석재 공익수의사는 가슴이 뭉클했던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이런 사례가 손으로 꼽을 만큼 극히 드물다"며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보호센터에는 이처럼 주인들이 버리거나, 주인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던 개 60여마리가 일시 보호를 받고 있다.

보호센터에 생활하는 개들을 이곳에서는 '반려자' '동반자'를 뜻하는 '반려 동물'이라고 부른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박 공익수의사는 설명했다. 

박 공익수의사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보호를 받고 있는 개들은 아직까지 주인에게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보호센터에 일찍 들어온 개들은 '사납고 예민할 것'이란 생각과 달리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반갑게 꼬리를 흔들어댔다.

하지만  최근 접수된 유기견들은 사람의 눈을 피해 격리실의 한 구석에서 떨고 있거나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강아지옷'까지 입고 있는 애완견에서 부터 차에 치여 앞다리가 부러진 생후 4개월의 강아지도 있다.

이들처럼 버려진 애완동물은 안타깝게도 줄어들지 않는다. 보호센터에 접수된 것만 2005년 664마리·2006년 830마리·2007년 737마리나 된다. 올 들어서도 3월말까지 160마리에 이른다.

지난해에 주인을 찾은 애완동물은 58마리에 불과하다. 새로운 주인을 찾은 '행운'도 전체 25%(187마리)에 그쳤다. 또 보호센터에 들어올 당시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거나 큰 사고를 당한 보호견 2마리 중 1마리(372마리)는 자연사했다.

보호센터는 규정상 접수 후 10일이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가 가능하지만 치료로도 살아나기 힘든 유기동물로 제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때 보호센터는 예산 부족으로 전용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사유지를 빌려 임시방편으로 시설한후 모든 유기동물에 대한 포획과 분양, 사후처리 까지 1명이 맡았다. 하지만 애완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보호 필요성을 늘어나면서 올 2월 제주시 중산간 지역에 실내보호시설·야외 운동장·진료실·격리실 등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보호센터를 관리하는 손기준 공익수의사는 "애완견을 동물병원 입구에 묶어놓고 가거나 치료를 맡긴 후 찾아가지 않는 등의 사례도 적잖다"며 "너무 시끄러워서, 알레르기가 있어서, 병원비가 부담 돼서 등등 버리는 이유도 다양한 데다 애완견 소지품에 찾은 정보로 연락을 취해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박석재 공익수의사는 "사람들에게 버려진 동물들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통사고나 질병 전염 등 생명이 위급한 상태에서 보호센터에 접수될 때가 많아 더 안타깝다'며 "일부이기는 하지만 가족의 일원을 너무 쉽게 버리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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