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진흥원 유전자 검사결과 기록 착오로 엉뚱한 말 2마리 제주마로 등록
문제의 말 경마본부 제주마 경주대회에서 우승 독식…문제 바로잡기 모르쇠

제주특별자치도가 유전자 검사까지 마친 제주마 가운데 일부 말이 기록 착오로 제주마로 등록돼 수년간 관리돼 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제주마가 천연기념물로 등록돼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는 그동안의 도의 주장과 달리 제주마 관리가 총체적으로 허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주마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문제의 말은 제주경마본부 제주마 경주에 출주해 상금을 독식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문제의 근본 원인제공자인 도 축산진흥원은 물론 자격이 없는 말을 경주에 출전시킨 제주경마본부 모두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거나 침묵으로 일관,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마 관리 ‘엉터리’

도 축산진흥원은 지난 2003년 10월16일 ‘여황제’란 이름을 가진 암말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제주마라는 판정을 내렸다. 17가지 항목중 대립인자가 일치해 제주마로 등록한 것이다.

축산진흥원은 이어 지난 2005년 11월1일 ‘여황제’가 낳은 숫말 ‘건곤’도 ‘여황제’ 등 부모 말이 모두 제주마라는 이유로 유전자 검사 등을 거치지 않고 제주마로 등록했다.

이들 말에 대한 제주마 혈통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사)제주경주마생산자협회가 일부 제주마 가운데 혈통에 의심이 가는 말이 있다며 전수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축산진흥원은 이에 대해 “제주마 등록기준이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뒤 제주마 선정이 이뤄졌다”며 “지난 8월 농림부 조사에서도 제주마 등록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만큼 문제 제기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같은 혈통 논란이 불거진 지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축산진흥원의 제주마 등록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005년 11월 제주마로 등록된 ‘여황제’가 당시 유전자검사 결과 값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다른 제주마의 결과 값을 기록, 제주마로 등록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여황제’가 제주마가 아닌 만큼 당연히 ‘여황제’가 낳은 ‘건곤’도 제주마가 아닌 셈이다.

이에 대해 축산진흥원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록하는 과정에 오기가 발생했다”며 “문제가 된 말들은 현재 모두 폐사되거나 등록이 말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자격미달 제주마 경주 참여 논란

제주마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여황제’는 지난 3월13일 자체 폐사된 것으로 신고됐으며, ‘건곤’은 지난 3월27일 제주마 등록이 자진 말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들 제주마 혈통이 아닌 ‘여황제’와 ‘건곤’이 제주마로 등록된 기간에 제주경마본부 제주마 경주대회에 출주해 상금을 독식해왔다는 점이다.

제주경마본부는 현재 순수 혈통인 제주마와 교잡종인 제주산마를 구분해 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제주산마에 비해 제주마의 기량이 뒤떨어지는 만큼 경주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제주마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여황제’는 지난 2007년 12월15일 지난 3월9일까지 모두 5차례 출주에 1승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건곤’은 지난 2007년 9월16일부터 지난 3월23일까지 모두 9차례 출주에 6승을 거두는 등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제주마가 아닌 스피드를 보완한 다른 종과 교잡된 말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승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중학교 육상대회에 고등학생이 참가해 우승을 독차지한 셈이다.

때문에 이들 말과 함께 경주에 참여했던 제주마 소유 마주들과 순수 경마팬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제주경마본부는 이들 말이 제주마 등록 말소 조치가 이뤄진 뒤에도 이에 대한 사과 등은 전혀 하지 않은 등 쉬쉬하는 모습을 보여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경마본부 관계자는 “경주에 참여한 제주마 가운데 혈통 문제로 등록이 말소된 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른 마주와 순수 경마팬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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