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소식에 일부 농민 사재기 나서 비료 수급 차질
농협, 제한판매 실시

21일 농민 김모씨(49·제주시)는 화학비료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제주시 모 농협을 찾았지만 비료가 없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김씨가 구입할 비료량은 고작 10포대에 불과했지만, 구입하려는 비료의 재고가 이미 바닥나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를 몰고 다른 농협을 찾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주위에서 비료값이 곧 크게 오른다는 말을 듣고 비료를 사러왔지만 이미 다 팔려버렸다”며 “당장 밭에 비료를 뿌려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씨(50·제주시)는 “농사를 때려치우고 아예 이민을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비료값은 물론 면세유, 농약 등 오르지 않는 것이 없어 이대로는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본전은커녕 오히려 빚만 늘어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비료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조만간 비료 가격이 인상(본보 5월9일 6면)될 것이라는 소식에 일부 농민들이 화학비료 사재기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비료업체들이 이달초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라 화학비료 공급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비료 공급을 중단하면서 비료 수급체계에 문제가 발생했고, 여기에 일부 농민들이 가격 인상에 대비해 사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사재기는 전국적인 현상이며, 일부 농가들은 비료를 확보하지 못해 영농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화학비료 가격이 평균 24% 상승한 데 이어 또다시 인상되면 농민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는 최근 일선 농협에 지난해 비료공급실적을 기준으로 조합원들에게 화학비료를 공급하라는 등의 내용이 지침을 통보, 화학비료에 대한 제한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농민들은 화학비료의 재고 부족으로 최소한의 물량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일선 농협들은 비료업체들의 공급 중단으로 추가 물량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더 많은 화학비료가 공급됐지만 사재기 등으로  비료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만간 비료업체들과 협상이 마무리되면 비료 수급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격 인상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정부에 보조금 제도 부활을 지속적으로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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