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당신의 식탁은 '안전'하십니까

쥐머리 새우깡에서 최근의 광우병 파동 까지 ‘식탁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대응책은 곳곳이 허점 투성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 대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땜질식’ ‘주먹구구’라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관리 부처가 일원화되지 않고 ‘소비자 신고’에 의존하겠다는 입장에서 별다른 진정을 보이지 못하면서 빈축을 하고 있다.

유해 식품 관리 등에 있어 사전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소리만 요란한 정부와 그런 빈틈을 이용하는 식품업체들의 안전불감증,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를 위한 노력과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 사전 관리-계획만 좋으면 뭐하나

음식점과 집단급식소의 원산지표시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안’이 21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구이용 쇠고기에 한해 300㎡ 이상 음식점에 대해서만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던 것을 면적에 상관없이 일반 음식점과 휴게 음식점(패스트푸드점 등), 집단 급식소(학교 병원 등의 구내식당)로 확대된다.

쇠고기에 대해서는 시행령이 공포되는 시점부터,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쇠고기 이외의 축산물에 대해서는 올해 12월 22일부터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원산지 표시를 위반할 경우 허위표시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미표시는 1000만원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도 받게 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식품의약품안정청과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농식품부도 그동안 음식점 원산지 표시 단속을 할 수 있게 된다.

제대로만 정착된다면 다행이지만 점검인력 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공무원 인력 감축’이라는 정부 계획과 대치된다.

도내 영업중인 음식점은 8000곳이 넘는다. 100㎡ 이상으로 기준을 확대한다하더라도 해도 단속대상은 1970여 곳으로 4곳 중 3곳은 대상이 아니다.

단속품목도 현재 구이용 쇠고기에서 탕류·찜류·구이용까지 추가되지만 육안으로 확인하는 이상은 구분할 방법이 없다.

‘DNA분석 기법을 도입한다’는 정부 방침과 달리 농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에는 유전자분석기 등 관련 장비가 없어 다른 지원의 협조를 받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관련 장비가 도입되더라도 활용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쥐머리새우깡 파문 이후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대책 중 내달 20일부터 실시되는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에 대한 말도 많다.

위해식품의 원인규명과 신속 회수 등을 위하여 식품 제조·가공·판매단계의 정보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계가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데 따른 제어장치는 없다.

광우병 파동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청 차원의 ‘원산지 표시’에 대한 대대적인 지도·단속이 전개됐지만 제주는 지역 담당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사후 관리-말만 요란…문제 생기면 네탓

식품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식품안전업무 일원화’는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2004년 불량 만두 파동 때나 2005년 기생충알 김치 파동 때도, 최근의 먹을거리 이물질 파문 때도 마찬가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7일 식품의 이물혼입 등 식품사고에 적극 대응하고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위해식품 회수지침’을 마련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업체는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식약청으로 보고하고 원인을 분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 발생은 ‘소비자 신고’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전부다.

식품 관련 법률 26개로 분산돼 있고 관련부처는 7곳이나 된다. 영업장의 시설과 영업행위 등을 관리·감독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농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수입 관리와 농수산물 유통 관리, 농수산가공품 수입·제조·유통 관리를 맡고 있고, 농수산식품부는 농산물 생산, 축산물 및 축산가공품의 생산과 수입·제조·유통, 수산물 생산·수입을 담당한다. 학교급식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먹는 물은 환경부가, 기획재정부는 주류관리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식품 관련 범죄 처벌은 법무부 소관이다.

같은 재료로 만든 제품이더라도 모양·상태 등에 따라 관할 부처가 달라진다. 소시지의 경우 고기 성분 함량이 50% 이상이면 농식품부가,50% 이하면 식약청 관할이 된다. 수입 장어도 처음 수입할 때는 농식품부와 관세청 관할이다. 그런데 수입 장어에 양념을 발라 식품으로 유통하거나 횟집 수족관에 있을 때는 식약청 소관 사항이다. 유제품도 액체상태인지, 분유인지, 이유식인지에 따라 관할 부처가 달라진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담당 업무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처벌권한이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식품위생법·축산물가공처리법·농산물품질관리법 등 개별법에서 부처별로 추진하던 위해식품에 대한 생산·판매 금지, 추적조사, 위해성 평가 등의 조치를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지만 부처들의 발빼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결국 식품안전 업무를 일원화하기 위한 방안은 아예 빠졌고, ‘식품관련 집단소송제’ 역시 누락됐다. 단순히 소비자들의 신고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강한 처벌조항이나 철저한 이력관리시스템 모두 겉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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