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애월읍 다문화 가정 합동결혼식

   
 
  25일 제주시 애월읍 체육관에서는 8쌍의 부부가 동시에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행진곡이 흘러나오면서 굳은 표정의 응웬탄투이씨(22)의 어깨도 더 움츠려들었다.

하루 전만 해도 남편과 "하나 둘" 입을 맞춰가며 연습을 했지만 야속하게도 드레스만 발에 밟혔다.

겨우 발을 떼며 남편을 쳐다봤다. 꿈을 이루게 하는 행복한 주문이다. 언제나처럼 남편은 얼굴 가득 한껏 미소를 지으며 손을 꼭 잡아줬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난다. 할머니 품에서 웃고 있는 10개월된 아들의 얼굴도 보인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길일이라 도내 곳곳에서 결혼식이 열렸던 25일 제주시 애월읍 체육관에서는 8쌍의 부부가 동시에 웨딩마치를 올렸다.

바르게살기운동애월읍위원회가 이날 마련한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에서 농촌 총각을 만난 베트남 5명, 중국인 1명, 필리핀 1명 등 7명의 외국인 여성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경제·시간적 사정 등으로 결혼을 미뤄온 도민 1쌍도 이날 결혼식을 올렸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까지 바쁜 일상과 경제적 여건으로 미뤘던 '늦깍이' 결혼식이기에 8쌍 부부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찼다.

   
 
  ▲ 꽃보다 아름다운 신부들.  
 

'행복'을 만드는 재료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체육관 실내를 풍선과 꽃들로 꾸미면서 결혼식장을 만들었고, 경찰악대의 잔잔한 연주와 하객들의 웃음소리는 새로운 출발의 서막이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신부와 신랑를 지켜보는 하객들 마다 기쁨이 어우러진 표정으로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했다.

응웬탄투이씨의 시아버지 이일춘씨(71)는 결혼식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씨는 "셋째 아들의 결혼이 늦어 걱정했는데 너무 기쁘다"며 "우리 며느리는 착하고 일도 잘해 아들보다 더 예쁘다"고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시어머니 강복중씨(71)도 "우리 며느리가 떡 하니 아들도 낳았잖아"거들면서 시아버지와 며느리 칭찬의 경쟁을 벌였다.

하객으로 참석한 카셀라 솔라노씨는 "저기 첫번째 서있는 마릴린 하체로가 내 친구"라며 "(마릴린)남편이 좋아 보여 친구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늦은 결혼식을 축하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은 "외국에서 왔지만 이제는 우리의 식구"라며 행복을 기원했다.

사랑이 한 사람을 아름답게, 자신감 있게, 성숙하게 만드는 이유는 어려움을 이겨낸 성과 때문이라고 했다. 출발은 남과 달랐던 만큼 마무리는 더 빛날 거란 기대가 생긴다.

행사를 주관한 바르게살기운동애월읍위원회 김상순 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다문화 가정이 제대로 우리 사회 일원이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친정보내기 운동을 적극 전개하는 등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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