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피플] 제주도 외국어 상용화정책

   
 
  ▲ 외국어 교재를 선택하기 위한 설명회.  
 
제주특별자치도가 올초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외국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외국어 상용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지난 19일 외국어 상용화 실현을 위한 세부실천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그러나 잇단 영어 공용화, 영어몰입교육 논란 속에 지자체가 발표한 일방통행식 외국어 상용화 정책에 도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외국어 상용화 계획 무엇을 담았나

제주도는 2020년까지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외국어 인프라 환경을 조성하고 도내 외국어 상용인력을 현재 5000명에서 6만명 이상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실천계획은 2008~2012년(1단계) 외국어 상용화를 위한 여건조성, 2013~2016년(2단계) 외국어 상용화 저변확대, 2017~2020년(3단계) 외국어 상용화 정착단계 등 3단계에 걸쳐 추진된다.

외국어 사용환경조성, 공공부문 선도, 공교육, 도민역량강화 등 분야별 계획도 수립됐다.  외국인이 제주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출국때까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어 종합안내 포털 시스템, 도로표지판·간판·음식점 메뉴판·도로명 새주소·교통안내시스템 외국어 표기 병기 등 각종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다.

공공부문에서는 공문서 외국어 병기 제도화, 능력별 학습과정 신설, 장기 외국어 연수 확대, 인사상 가점, 영어회의문화 정착, 외국인 공무원 채용확대 등을 추진한다. 도민 외국어 역량 강화를 위해 외국어 강좌 연차별 확대, 주민자치센터를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 100문장 익히기, 영어캠프 확대 등을 추진한다. 

공교육 분야는 도교육청이 지난 2월 초중등을 대상으로 한 '영어 공교육 강화'대책을 발표, 추진하고 있으며 대학 역시 영어수업의 강화를 위한 대학별 별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외국어 상용화 정책의 과제 발굴, 프로그램 지원 등을 위한 가칭 외국어 서비스 지원단이 운영된다.

▲ 영어 공용화? 상용화?

그러나 제주도의 강한 정책 추진 의지와 달리, 도민들은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외국어 인프라 조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휩쓸리듯 제시된 외국어 상용화 정책에 적지 않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중앙·지방정부 할 것없이 너도나도 영어 경쟁력 강화, 영어 공용화, 상용화를 언급,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외국어 상용화'정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크다.

김현주씨(32)는 "도대체 영어 공용화는 무엇이고, 외국어 상용화는 또 무엇이냐"며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는데 너도나도 외국어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거부감만 생긴다"며 공용화, 상용화 개념조차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도는 이와 관련 '영어 상용화'는 법적·제도적 강제조항 없이 국가나 지역에서 공공기관이나 학교, 사기업체,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영어가 일상생활과 업무수행 등에 부담없이 자유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상태이며, '공용화'는 법적·제도적 강제조항에 근거해 국가나 지역에서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체, 일반인 사이에서도 영어가 일상생활·교육 등에 강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 정책 실효성도 '의문'

정책에 대한 명확한 개념 등 도민 공감대가 부족하다보니 외국어 상용화 추진계획에도 적잖은 의문이 제기되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2008년 현재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을 포함한 외국어 상용인력은 도민 1%인 5000명이며, 향후 2020년 도민 12%인 6만명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도민들은 과연 도내 외국어 상용인력이 5000명에 불과한지, 외국어 상용인력 목표가 왜 6만명이어야 하는지, 과연 6만명 외국어 상용인력 양성이 가능한지 등 정책의 실효성과 필요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도는 이와 관련 외국어 관련 학과 졸업생 1400명, 도내 대학교 졸업자 중 의사소통 가능자 2000명, 육지부 대학졸업자 600명, 외국어 업종 종사자 500명, 기타 500명 등을 감안할 때 현재 5000명 내외가 도내 외국어 상용인력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현행 상용인력 5000명과 2020년이 되면 성인이 되는 도내 초중등학생 5만여명, 공무원을 포함한 외국어 상용인력 자연증가분 5000명 등을 포함하면 2020년 6만명의 외국어 상용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도의 설명에 따르면 2020년 외국어 상용인력은 대부분 현행 초중등학생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사실상 외국어 상용화 정책을 통한 상용인력 양성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등 2020년 상용인력 6만명 양성이라는 표현자체가 무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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