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유 50원 상승 휘발유와 30원 차이 벌어져
화물운수·전세버스·어업·중장비 등 도내 업계 허덕

유가 폭등과 전국 최고의 물가 상승률로 제주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최근의 경유값 폭등은 경유 의존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놓은 제주경제를 흔들고 있다. 전체 경유차량 10만1288대 가운데 생계형 승합·화물차량은 8만660대로 79.6%를 차지하고 있다. 고유가, 고물가로 신음하는 제주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찾아간다.

   
 
  ▲ 도내 휘발유값이 1ℓ당 1900원대를 넘어서는 등 기름값이 연일 급등하는 가운데 월요일 출근 시간이 지난 26일 오전 10시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운행하지 않는 승용차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박민호 기자 mino77@jemin.com  
 
△경유 살인적인 고공행진

지난 21일 경유값이 휘발유를 첫 추월한지 5일만인 26일부터 ℓ당 경유 50원, 휘발유 25원, 등유 55원이 올랐다.

이로 인해 제주도심권 주유소 경유 판매가는 ℓ당 1927~1941원을 기록, 휘발유 1893~1903원보다 30~40원 비쌌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가 첫 추월시점인 지난 21일 10여원 보다 3배 이상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도내 경유 가격은 지난달부터 26일까지 2개월사이 7차례 걸쳐 ℓ303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휘발유 상승폭 207원 보다도 96원 많다.

지난해 5월 넷째주 제주시 도심권 경유가격인 ℓ1275~1295원과 비교하면 1년새 49.8% 급등했다.

4.5t급 활어운반차량 운전기사인 이모씨(31·제주시)는 급등하는 경유값 때문에 생업포기라는 극단의 기로에 서 있다.

제주에서 활어를 싣고 서울 등 다른 지역에 운송하려면 1박2일 기준으로 200~250ℓ 경유를 소비, 2개월전보다 한달에 102만원·1년전보다 210만원를 유류비로 추가 지출하는 실정이다.

이씨는 "1년전보다 경유가격이 700원 가까이 상승하면서 운송수고비의 절반을 유류비가 차지하고 있다"며 "24시간 운전을 해도 유류비를 제외하면 10여만원밖에 남지 않아 매달 식사비와 차량관리비 등을 빼면 생활비는 커녕 차량할부금을 물기도 버겁다"고 하소연 했다.

이씨는 택배 등 도내 화물운송업계 사정이 비슷해 자칫 제주의 유통구조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세버스 유가보조금도 없어 '허덕'

도내 전세버스 업계가 경유값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경유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유류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된 탓이다.

제주도전세버스운수조합에 따르면 최근 경유급등으로 2박3일 기준의 운임료 50만원 가운데 30만원 이상이 유류비가 차지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운임에서 유류비의 비율이 60%를 넘고 있어 기사임금, 보험료, 차량유지비 등을 빼면 이득이 거의 없다"며 "또 도내 등록된 전세버스가 1600대가 넘는 등 과잉경쟁으로 요금을 올리지도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출어하면 오히려 손해 포기 늘어

최근 제주항과 성산항 등에는 일을 구하지 못한 선원들이 어선항을 배회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어선주와 선장들이 어업용 면세유 급등으로 출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혹시나 조업에 나서는 어선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업용 면세 경유 가격이 ℓ 896원으로 지난해 같은달 499원보다 397원 급등했다.

어업인 강용주씨는  "15t급 어선의 1일 경유소비량이 400~500ℓ 인 것을 감안하면 1년전보다 추가유류비가 1일 19만여원에 달하고 어획량도 줄면서 출항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건설기계 업계 경기 침체와 고유가 이중고

최근 도내 건설경기가 얼어붙은 굴삭기·덤프트럭 등 건설기계업계도 경유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도건설기계협회에 따르면 최근 경유급등으로 건설기계 임대사용료의 60%를 유류비에 해당된다. 나머지 수익으로 부품값, 보험료, 임금을 지불하면 본전을 찾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특히 하루 경유소비량이 200ℓ에 이르는 대형굴삭기의 1년새 유류비도 14만여원 증가, 건설사업주와 중장비 업체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심지어 유가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일부 사업체는 1억 이상의 고가인 건설기계 할부금을 지불하지 못해 대부회사에 압류당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건설기계협회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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