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농업 만들기 프로젝트 (1)프롤로그]
FTA 등 수입개방·시장변화 농촌 생존 위협
고품질 차별화·소비자 눈높이 맞추기가 살길

한미FTA에 이어 한중FTA가 제주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FTA 등 무역시장 개방이 농촌에 엄청난 시련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농업인들도 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본격 출범한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농산물을 포함한 각 분야의 무역장벽이 완화되거나 철폐되면서 우리 농촌도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이 농촌에 매우 큰 시련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려는 농업인도 늘고 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억(億)대 조수입' 농가도 등장하고 있다.

△농업보호 장벽 무너뜨린 글로벌 파고

WTO의 다자체제를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 중심의 거센 통상 물결이 무역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제주 농산물도 수입개방과 국내 소비시장 변화의 거센 도전을 맞고 있다.

한정된 국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역선을 타고 밀려드는 값싼 외국산 농산물은 물론 국내 다른 생산지와도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4월2일 체결된 한미FTA는 제주생명산업인 감귤 등 농업 전 분야에 치명적 상처를 안길 것이라는 도내·외 연구기관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무역장벽 철폐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농업강국이자, 농산물 수출 세계 1위인 미국산 오렌지 등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미FTA의 농업부문 피해액도 연간 1921억~3227억원에 이른다. 이 피해액은 수산업을 포함한 제주지역 전체 1차산업 생산액 9630억원의 20~30%에 해당된다. 한미FTA가 없는 경우와 대비하면 생산액이 20~30% 감소한다.

미국 농산물 보다 더 거센 중국과의 FTA 체결도 불가피, 제주농업의 생존력은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은 한중FTA 체결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 농산물 수입으로 제주농업부문 피해액이 매년 8800억~908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중FTA의 농업부문 최대 피해액 9082억원은 한미FTA 최대 피해액 3227억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높다.

△소비자도 제주농업에 압력 행사

제주농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수입농산물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기호의 변화는 한미FTA, 한중FTA 보다 더 거센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고품질, 안전성, 편리성 등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변화로 제주를 포함한 전국 생산자들의 입지도 더욱 좁아지는 실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농업의 주요 고객인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생산자가 공급하는 농산물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필요한 상품을 생산, 편리한 유통경로를 통해 제공토록 생산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국산 농산물이 자신들의 기호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입산 판매창구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농업정책도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시장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소농 보호에 치우쳤던 농업정책을 농업경영과 기술개발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농업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로운 농정은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 농가등록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전업농 △성장가능 중소농 △60세이상 고령농 △취미·부업농의 4개 농가 유형별로 맞춤형 정책지원을 통해 농업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한정된 농정예산을 모든 농가에게 평균적, 일률적으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전업농과 성장가능 중소농을 선택, 행·재정 지원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시대, 생존을 위해 마음을 열어라

제주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시장 변화에 맞선 농업인의 생존 노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시장개방의 반대운동 속에서도 농업인들은 외국산, 국내산과 경쟁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개방이 매우 큰 시련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비자를 고객으로 생각하고, 상품차별화의 고민과 실천을 통해 제주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농업인 가운데는 '억대 조수입'농업인도 포함돼 있다.

제주도가 지난 3월말까지 파악한 결과 억대 매출을 기록한 농업인은 43명. 추가 조사로 억대 조수입 농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농협은 지난해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선도 농업인이 90여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억대 매출을 올린 농업인의 힘은 고정관념의 파괴가 자리해 있다. 개방화 물결과 소비자 욕구 등 국내외 농업환경 변화를 한발 앞서 연구하고, 실천한 결과 억대 매출을 낳았다고 말한다. 

외국 농산물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상품 차별화 전략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얻은 것이다.

억대 조수입의 부자농업은 생산에 안주하던 낡은 관행농업으로는 불가능한 길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의 변화를 읽고, 생존을 위해 닫혔던 마음을 개방한 것이 돈을 벌게 했다.

제주지역을 포함해 전국에서 '부농'(富農)을 일군 농업인들의 무기는 도전정신이다. 새로운 사고와 창의력으로 무장한 농업인들은 고객이 생각하는 상품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수 많은 땀방울을 흙에 쏟아 부었다.

글로벌시대의 환경변화로 우리 농업도 과거로부터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가고 있다. 억대 매출을 달성한 선도 농업인의 비결을 연중기획으로 다룬다.

'부농 프로젝트' 전국 열풍  농업소득 1억원 이상 경북 1039명 1위…제주는 43명 하위권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한 생존의 몸부림은 농업인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까지 우리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방법으로 '부농'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억대 부자농업인 양성의 프로젝트에는 농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충청남도는 물론 해당 지역의 기초자치단체도 뛰어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준으로 농업소득 1억원 이상의 농업인을 조사한 결과 5165명으로 나타났다.

광역단체별로는 경북이 1040명(20.1%)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제주도는 27명(0.5%)에 그쳤다.

또 정부가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농가정보를 등록, 관리하는 '농가등록제'의 6월 시행을 앞두고 추가 조사한 결과 지난 3월까지 1억원 매출 이상의 농가는 5592명으로 지난해 보다 427명 늘었다.

제주지역도 억대 매출 이상의 농가가 43명으로 지난해말 조사에 비해 16명 증가했지만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지난 3월말 현재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농가는 경북이 1039명으로 여전히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충남 984명, 전남 865명, 전북 418명, 충북 366명, 강원 236명의 억대 부농을 보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북의 억대 농업인이 많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갖춘 농업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농림행정의 성공여부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추가 조사가 끝나면 억대 농업인 숫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부농 프로젝트를 추진, 부자 농업인 양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농가 경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에 비해 강원(9.7%), 충북(6.1%), 경기(2.6%)의 소득이 증가한 반면 경북(-7.3%), 충남(-4.1%), 제주·경남(-2.0%), 전북(-1.7%), 전남(-1.5%)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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