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취급받는 현장근로자…체불·폭행 당해도 쉬쉬
현실성 없는 제도에 불법체류 위협도 여전

외국인 근로자들이 각종 산업현장에서 ‘일회용 대용품’ 취급을 받는 등 인권 사각 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허점투성이의 외국인 근로자 관련 제도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사업주는 이들 악용, 임금을 주지 않고 폭력과 폭언을 일삼고 있다.

제주이주민센터 상담팀에 따르면 올들어 5월말까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상담건수는 139건이나 된다.

상담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218건(사업장 방문 제외)에 이어 2006년 326건·2007년 318건 등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들어 가장 많은 상담이 이뤄진 부분은 사업장 이동(47건). 임금체불이 23건으로 뒤를 이었고 부당대우(13건)나 강제근로(10건), 폭행(7건) 등을 호소한 사례도 적잖았다.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 내 공식취업 통로였던 산업연수생제도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따라 2004년 8월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3년 계약기간 동안 한국에서 일하다가 시한이 만료되면 고국으로 돌아가 1개월이 지난 뒤 다시 한국 내 취업을 가능하도록 하는 등 불법체류를 막는 대안으로 도입됐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자국 인력송출업소를 통해 한국에 오기까지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한 번 귀국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고스란히 결혼이민 중개업체에도 적용, 이중·삼중의 알선비 요구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는 지역 특성상 배를 타는 외국인근로자가 많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 역시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배 규모에 따라 최저임금법과 선원법 등 임금 적용 기준이 다른데다 근무 환경을 갈수록 열악,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업장 이동을 3회로 제한하고 두달 이내에 구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는 규정 역시 외국인 근로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외국투자연수생 제도’를 악용, 파견 형식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뒤 현지 기업 수준의 적은 임금을 주는 사례도 확인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용길 상담팀장은 “어선업 등은 이제 외국인근로자가 없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며 “상황은 이런데도 고용주는 물론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 함부로 대우하는 등 임권 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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