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 양성기 제주대 해양과학부 교수

“지난날 재해 상황을 보면 태풍다운 태풍이 없었다고 본다. 앞으로 다가올 대형 참사에 대응하는 제주형 맞춤 방재 시스템이 절실한 시점이다”

양성기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부 교수는 “태풍의 발생빈도는 점차 잦아지고 규모도 대형화되는 추세”라며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 등의 영향으로 재해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대표적인 재해로 꼽히는 태풍은 연간 2∼3차례 제주를 관통하거나 인접해 지나는 실정”이라며 “지난해 태풍 ‘나리’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는 하지만 위력이 크다고 볼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해안 일대가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지점으로 해일과 하천 범람 등 이중적인 피해를 입는 지점이기 때문”이라며 “대조기와 만조시간, 야간 등 3가지 여건이 갖춰진 상황에 태풍이 관통할 경우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과거 ‘매미’는 대조기와 간조, ‘나리’는 소조기와 만조, 낮 시간에 통과하는 등 최대 피해 여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상황에 발생한 것”이라며 “특히 야간에 태풍이 내습한다면 대처능력이 저하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 교수는 “다른 지역과 상이한 제주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는 등 맞춤형 종합 재해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체계적 관측과 저지대 이주대책 등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교수는 “지금까지 하천과 해안지역 홍수 유출 등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데다 하천 재해예방사업도 예산 확보 차질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며 “재해 예방을 위한 국비 확보에 매달리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치수와 방재 관련 업무 담당자의 전문성 확보와 사업의 연속성 등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조건”이라며 “강우·유출 모형을 파악하고 하천별 강우-유량관계곡선을 토대로 치수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양 교수는 “하천에 적합한 홍수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관측장비도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며 “태풍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주민들의 대응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교수는 “정확한 기상 정보를 주민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체계를 정비·보완하고 재해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침수에 대비하는 방제 장비와 구호 물품도 충분히 구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히 “재해 발생 상황에 주민들이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매뉴얼로 제작하고 지역자율방재단 등과 연계한 재해 대응 훈련도 필요하다”며 “이같은 재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집중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 교수는 “하천과 해양 분야와 관련된 연구를 통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항구적인 재해 예방 대책을 수립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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