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특성 반영 전무…효과적 활용 의문

야생동물이 길거리에서 차량 등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로드킬'을 막기 위해 만든 생태통로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생태통로가 야생동물의 이동 특성 등을 파악하지 않은 채 만들어져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00년부터 평화로 및 5·16도로등에 생태통로 9곳을 만들었으며 지난 2006년에는 1100도로에 생태통로 동물유도펜스 4곳을 설치했다.

그러나 생태통로가 배수로의 수준에 그치면서 동물들의 이동통로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야생동물의 특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생태통로가 만들어지면서 '이름뿐인'통로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통로형 생태통로의 경우 입구가 넓고 통로 길이가 짧을수록 동물이 통로를 지날 때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여태껏 표준 조성 지침도 마련되지 않아 도내 생태통로의 길이와 높이가 '제각각' 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모니터링 등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효과적인 활용 대책 마련 및 추가 시설 설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생태통로의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도로상에서 죽는 노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신고된 '로드킬' 노루는 지난 2006년 27마리에서 지난해 47마리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고되지 않거나 크기가 작은 오소리, 족제비, 뱀 등은 따로 파악되지 않지만 매년 증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생태 통로가 동물들이 이동하기에 가장 적절한 지점에 설치돼야 하지만 공사를 하면서 임의대로 시공한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야생 동물들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양병국 연구관은 "예산문제로 기존에 만들어진 통로를 새롭게 만들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건설될 생태통로에 야생동물의 특성을 반영하거나 펜스를 설치하는 등 통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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