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추억과 애정이 어린 마을포구들이 어항개발의 파도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사진은 며칠전에 옛 포구가 매립돼 버린 서귀포시 법환동 앞바다.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추억이 서린 정겨운 포구들이 어항개발의 여파에 밀려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지난 25·26일 한치축제가 열린 서귀포시 법환동포구.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출향인사들은 변해버린 포구의 모습에 한탄을 금치 못했다.얼마전에만 해도 고깃배들이 매여있던 작은 포구가 통째로 매립,물양장이 돼버렸고 바닷가 동쪽의 용천수도 매말라버렸다.

매립된 곳은 속칭 ‘막숙’이라고 불리는 작은 포구로 고려말 제주에 파견된 최영장군이 법환리 앞바다 범섬으로 달아난 원나라 병사들을 토벌하기 위해 막사를 쳤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막숙’의 매립은 그러나 시작에 불과하다.법환포구는 서귀포시의 소규모어항개발계획에 따라 2007년까지 78억여원이 투입돼 600m에 달하는 방파제와 168m의 물양장,238m의 호안,33m의 선착장이 시설되며 130m규모의 선가장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에만 해도 포구동쪽을 따라 47m의 물양장이 시설될 예정이어서 포구주변의 바닷가 바위들은 머지않아 시멘트속에 파묻힐 것이다.‘사장왓’‘망다리’같은 당시의 역사가 담긴 지명들도 이제 기억속에만 남는 이름이 될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포구들도 마찬가지다.오히려 법환포구는 개발이 늦은 셈이며 서귀포시 관내만해도 2종어항인 강정항·대포항,소규모어항인 보목항·하예항등에 모두 50억원에서 80억원까지 사업비가 투입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제주도내의 항구는 모두 107개소다.이중 마을주민들과 애환을 같이 해온 작은 포구인 소규모어항은 64개소로 어항마다 모두 개발계획이 수립돼 있으며 방파제와 물양장 2만6100m중 1만8790m가 이미 시설돼 72%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어항의 개발은 어선들의 정박을 위해서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어선의 규모가 커지면서 손바닥만한 옛 포구에는 접안자체가 힘들고 폭풍을 피하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시행되는 어항개발이라 할지라도 마을의 위치와 어업의 규모,피항방법에 따라 개발을 최소화해 옛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환포구의 변화를 안타까와 하는 소설가 오성찬씨는 “행정편의나 개발지상주의를 맹종,우리의 자산들을 파묻어서는 안된다”며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이런 자원들을 연구하고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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