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철 조작간첩 사건 무죄 판결

 “수사기관의 불법수사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간첩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고통과 불행을 겪어야만 했던 피고인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오늘의 판결 선고가 피고인의 진정한 명예회복과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980년대 대표적 ‘조작간첩’ 사건의 피해자인 강희철씨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내려지기 전 재판부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선고에 앞서 선고 이유와 함께 진심 어린 위로와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깊은 성찰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심지어 무죄 선고가 나오고 박수소리와 함께 법정이 소란스러워졌지만 담당 판사는 이를 제지하기보다는 가만히 기다리는 것으로 ‘진정성’을 확인시켜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 작업의 일환이라는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직접 본인들이 담당한 재판은 아니었지만 과거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과거의 일을 들춰내고 진정 회개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를 위해 담당 판사가 몇날 며칠을 고민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충실히 받아들였다는 뒷 얘기도 들린다.

검찰 역시 이번 재심에서 구형을 하지 않는가 하면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과거를 반성하고 정리한다’는 재판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렇다고 이 사건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상처 치유를 위한 과정이 예고된 상태다.

하지만 ‘과거를 반성하고 정리한다’는 사법부의 입장을 확인한 이번 판결에서 앞으로 과거사 정리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조심스런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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